- 임성재 5위…통산 3번째 톱10
1차 연장전에서 1m 버디 퍼트가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가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퍼터를 집어 던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무릎을 꿇고 엎드려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격하게 오열했다. 17번째 도전 끝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을 입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업을 이룬 것이다. 매킬로이는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돼 전설의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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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14일(한국시간) 제89회 마스터스 우승을 달성했다. 마스터스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가 매킬로이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매킬로이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21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까지 11언더파 277타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1차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420만 달러(약 60억 원)다.
2007년 프로로 데뷔해 US오픈(2011년) PGA 챔피언십(2012, 2014년) 디오픈(2014년)을 차지한 뒤 11년 만에 메이저 트로피를 추가해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골프 역사에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는 이전까지 진 사라젠과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뿐이었다. 우즈가 2000년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25년 동안 끊겼던 전통을 매킬로이가 계승하면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지독하게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마스터스에서 17번째 도전 끝에 극적으로 이뤄 ‘서사’는 더욱 풍성했다.
이번에도 오거스타는 매킬로이에게 쉽게 영광을 허락하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를 몰아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에 한 타 차로 앞선 18번 홀에서 매킬로이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1.5m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을 맞았다. 기세에서 로즈에게 밀릴 수 있었지만 매킬로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18번 홀에서 이어진 1차 연장전에서 로즈(279야드)보다 35야드 먼 314야드의 티샷을 페어웨이에 보낸 매킬로이는 두 번째 샷을 홀 1m가량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파에 그친 로즈를 따돌렸다.
매킬로이는 “1997년 타이거 우즈가 이곳에서 우승한 걸 TV로 보면서 제 또래라면 그의 뒤를 잇고 싶은 꿈을 가졌을 것”이라 말하고 “선수 생활을 하며 ‘이 멋진 옷(우승자에게 주는 그린 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골프 인생에서 단연 최고의 날”이라고 기뻐했다.
올해 PGA 투어에서 2승으로 페덱스컵 랭킹 1위를 달려온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세계랭킹 1위 탈환에도 가까워져 당분간 그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장전에서 물러선 로즈는 2013년 US오픈 이후 메이저 우승이 간발의 차로 불발됐다. 패트릭 리드(미국)가 3위(9언더파 279타)로 마쳤고, 지난해 우승자인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4위(8언더파 280타)를 차지했다. 한국의 임성재는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5위에 올라 2020년 준우승, 2022년 공동 8위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3번째 톱10에 들었다. 안병훈은 공동 21위(2언더파 286타), 김주형은 공동 52위(9오버파 297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