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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결같은 맛집] 켜켜이 앉은 세월…그 무게가 녹여낸 묵은 손 맛

  • 글=김경희 기자 kyungk@kookje.co.kr 사진=윤민호 인턴 기자
  •  |   입력 : 2007-08-30 19:27:05
  •  |   본지 5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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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몇번이나 변하더라도 한결같은 곳이 있다. 세월의 변화가 제 아무리 빠르더라도 늘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장승같은 터가 있다. 오랫동안 부산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부산의 맛집. 꼬마 손님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온다는 곳. 장인의 고집이 살아 있는 장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의 소문난 음식점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한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을 확신하면서.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송정 3대 돼지국밥'의 주인 최병숙 씨(사진 오른쪽)와 아들 김기훈 씨.
# 송정 3대 국밥 - 62년 전통의 돼지국밥 명소

부산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바로 돼지국밥이다. 그 중에서도 부산 서면 시장 내에 위치한 송정 3대 국밥은 62년의 전통을 지닌 집으로 외지에서도 사람들이 물어 물어 찾아오는 유명한 집이다.

가게 입구에는 24시간 가마솥에서 국물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이 더운 날 누가 돼지국밥을 찾을까 싶지만 노인부터 대학생들까지 다들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국밥국물을 연신 훌훌 마셔댄다.

처음 이 집을 연 사람은 지금 사장인 최병숙 씨의 시어머니인 송갑순 할머니다. 남편이 도축업에 종사하면서 자연스레 국밥 장사를 시작하게 된 할머니는 좋은 고기를 쓰는 데다 인심도 좋아 단골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송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바람에 며느리인 최 씨가 가게를 맡게 됐고 지금은 최 씨의 아들인 김기훈 씨가 대를 잇고 있다.

김 씨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말아주는 국밥을 늘 먹어왔지만 한 번도 물린 적이 없다"며 국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산대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가게를 맡게 된 그는 당연히 가게는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머니 최 씨는 아들이 이 힘든 식당 일을 맡은 게 안타까운 모양이다.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를 잇겠다고 왔으니 대견하면서도 서운하다고.

60년 넘게 이 집이 사랑을 받아온 비결은 뭘까. 김 씨는 국물과 고기가 다른 집과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는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아요. 육수를 정성스럽게 잘 우려내 양념을 안 넣어도 국물맛이 좋아요."

고기는 가격이 싼 뒷다리 대신 기름기를 제거한 앞다리(전지)를 사용한다. 30년 동안 같이 일해온 '이모'가 4명이나 되는 것도 변함없는 국밥 맛의 비결 중 하나다.

이 집 별미는 순대와 내장이다. 손으로 일일이 만든 순대는 시중에서 사먹는 순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김 씨에게 직접 만드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맛이 좋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 웃는다. 내장 중에서도 고급 내장이라는 암뽕을 쓴다. 어른들이 특히 좋아하는데 처음 먹는 사람은 거북할 수 있지만 초간장에 푹 찍어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가게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단골 때문이라는 김 씨는 지금도 웬만한 단골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다. "30, 40년 단골도 부지기수예요. 단골손님이 오면 대충 무엇을 시킬지 메뉴까지 다 알아요."

국밥 4500원이란 가격을 8년째 고수하는 이집은 단골부터 늘 먼저 생각하는 음식점. 김 씨는 "국밥 맛은 끝이 없는 과제"라며 "앞으로도 손님에게 부끄럽지 않게 음식을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051)806-7181


남구 문현동 곱창골목 내 칠성식당의 주인 김숙의 씨가 손님들을 위해 곱창을 굽고 있다.
# 칠성식당 - 며느리도 비법 모르는 곱창 일품

영화 '친구'를 촬영한 바로 그곳. 부산 남구 문현 곱창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칠성식당이다.

50년 넘게 한자리에서 같은 맛을 고수해온 주인공은 김숙의 할머니. 할머니는 셋방살이를 하다 도축장에 다니는 주인 아주머니를 따라 고기를 손질하고 식당에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직접 음식점을 운영해보자고 마음 먹고 칠성식당 문을 열었다.

김 할머니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곱창 1인분에 20원이었다"며 "지금은 1인분에 6000원이나 하니 세월이 참 많이 흐르긴 흘렀다"고 웃음을 짓는다.

김 할머니는 예전 가게 인기를 은근히 자랑도 한다. "가게는 작고 손님이 많아 줄서서 기다리는 일이 부지기수였지. 손님들에게 미안해서 근처 버들다방에 모셔놓고 우리가 그 찻값을 대신 내줬어."

아무래도 칠성식당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영화 친구를 촬영하게 되면서부터다. 덩달아 근처 골목 식당들도 친구 특수를 누리고 그 후 골목 내에 곱창축제도 열렸다.

가게가 좁아 얼마 전에는 본점 근처에 칠성식당 2, 3호점을 냈다. 4남 1녀 중 장남과 막내 아들, 딸까지 자식 셋이 같이 2, 3호점을 운영하며 어머니의 손맛을 배우고 있다.

김 할머니에게 칠성식당이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비결을 묻자 "좋은 고기"라는 답이 돌아 온다. 거기에 아끼지 않는 양념이 더해져 지금의 할머니표 곱창이 탄생한 것이라고. 재료는 무조건 국산으로만 쓴다며 할머니는 가게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실제로 연탄불에 구워먹는 곱창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매캐한 연탄냄새를 맡으며 앞치마를 두르고 쫄깃한 곱창을 씹어먹으면 어린 시절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참고로 이 집 양념 비법은 '며느리도 아들도 모른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가르쳐 줄 수 없다는 할머니에게서는 은근히 카리스마마저 느껴진다.

요즘도 하루 4시간 이상 곱창을 손질한다는 김 할머니는 목소리도 우렁차고 정정하다. 김 할머니는 "아직 결혼 못한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나서는 쉬고 싶다"며 "자식들이 내가 하는 일을 날마다 보고 느끼고 있으니 앞으로 내가 손을 떼도 잘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여건이 되면 3군데로 나눠진 식당을 한 군데로 모으고 싶은 것이 소망. 김 할머니는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곱창 골목을 많이 찾아주기를 당부했다. (051)632-0749


'원조 18번 완당'의 주방장 최맹호 씨(사진 오른쪽)가 주방에서 완당과 함께 이 집의 자랑인 메밀국수를 만들고 있다.
# 원조 18번 완당 - 오랜 세월 부산사람 입맛 사로잡아

1946년 포장마차로 시작한 부산의 대표 향토 음식점인 18번 완당. 60년 이 넘게 꾸준한 맛으로 수많은 부산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바로 그 집이다.

생소한 완당을 부산 대표 음식으로 만든 18번 완당의 초대 사장은 고 이은줄 옹이다. 어린 시절 일본 식당에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해방 후 부산에 정착해서 완당집을 시작했다. 중부산등기소 뒤편 포장마차에서 개천가 나무 판잣집까지 온갖 고생을 거친 끝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완당은 원래 중국 음식으로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음식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맞게 완당을 변형시킨 사람이 바로 이 옹이다. 진한 닭고기 육수 대신 고기뼈와 멸치 다시마로 국물을 내 부산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옹이 고혈압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자 지금의 사장인 이용웅 씨가 음식점의 대를 잇게 됐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포장마차 리어카를 밀고 어깨 너머로 아버지의 칼질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가게를 이어받게 됐다고 말한다.

1988년 가게를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이 씨는 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일본 중국 대만 등을 다니며 음식 공부를 했다. 그 뒤 완당 피를 만들고 국수발을 뽑는 기계를 일본에서 들여왔다.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가게 운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집 완당맛을 지켜주는 또 하나의 버팀목은 바로 주방장인 최맹호 씨다. 47년간 근무하면서 창업주인 이 옹과 함께 주방을 지켜온 18번 완당의 산 증인이다.

최 씨는 "신문 글자가 비춰질 정도로 얇은 피와 고소하면서 담백한 육수로 완당이 사랑받는 것 같다"며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 줘서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이용웅 씨의 아들 이상준 씨가 대를 이어 가기 위해 가게 운영을 배우고 있다. 이상준 씨는 일본에서 3년간 면 기계 공장과 육수 공장 등에서 현장 공부를 했다.

일본인들도 찾아와서 그 맛을 보고 놀란다는 완당과 함께 이 집 메밀국수도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다. 멸치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직접 기계로 생산하는 면을 사용해 쫄깃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선사한다.

사장 이 씨는 "음식 맛은 손님과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철학을 늘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손님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늘 한 자리에서 사랑받는 향토음식점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051)256-3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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