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는 전립선비대증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 요의 있어도 나오지 않아 고통 겪어, 70대 이상 고령남성 발병률 34%
- 전립선비대증 등 기저질환 원인, 방광결석·신우신염 등 이어져 심각
- 약물·수술 등 치료 어려워 예방 중요

잠을 자던 중 요의를 느껴 새벽에 눈을 뜬 뒤 화장실로 향한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바지춤을 내렸지만 소변이 나오지 않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방광에 가득찬 소변으로 인해 아랫배는 팽창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한데 좀처럼 뜻한대로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에 이른다. 게다가 이전에도 소변을 보는데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나이 탓이려니 하고 무심히 넘겼다면 이제는 비뇨기관 쪽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식해야 한다. 전문의는 '급성요폐'란 진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배설이 안되면 괴롭다

정상적인 전립선(왼쪽)과 비대해진 전립선(오른쪽) 모습.

급성요폐란 소변을 보려고 해도 나오지 않아 방광에 소변이 가득차 고통을 겪는 질환을 말한다. 여러 배뇨장애 중 마지막 단계에 속한다.

배설 작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들이야 이런 병이 존재하는지도 잘 모를터지만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돌이키기 싫은 악몽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더 이상 생소한 병명이 아니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지난 8~9월 전국의 22개 비뇨기과수련병원을 찾은 비뇨기계 질환 응급환자 346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전체의 8.05%(279명)에게서 급성요폐 증상이 확인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83.8%(234명)로 여성 환자보다 훨씬 많았다.

발병빈도는 고령자들이 높다. 40대 남성은 발병률이 2.6%이지만 70대 남성의 발병률은 34%에 이른다는 외국의 보고서도 나왔다. 또 70대 이후에는 10년 이내에 30%에게서 이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요폐는 병이 진행되면 단순히 소변을 잘 볼 수 없는 것을 떠나 다른 비뇨기계 질환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별다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방광근육의 수축력이 점차 떨어져 아예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신장기능의 저하도 동반되며 나아가 방광결석이나 요로감염, 신우신염 등으로 까지 이어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대개 나이가 들면 배설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급성요폐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과음을 한다거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많이 마시면 때때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항히스타민, 에페드린 등의 교감신경항진제가 들어있는 감기약 등을 복용해도 소변을 보는데 불편을 겪는다. 이 성분들은 방광을 과팽창 시키거나 소변이 나가는 출구를 수축시켜 원할한 배설을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할 정도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비뇨기계통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큰 원인은 전립성 비대증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급성요폐 환자의 기저질환 비율 중 전립선 비대증이 68%를 차지했다. 요도손상과 신경인성 방광, 전립선암, 요로결석 등도 급성요폐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발병하면 회복은 난망

급성요폐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은 일단 한 번 생기면 방광근육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인체는 방광에 350~450㏄가량의 소변이 차면 요의를 느낀다. 그러나 제대로 배설이 되지 않은 채 1000㏄ 이상 소변이 모이면 방광이 팽창하게 되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방광근육에 이상이 찾아 온다. 급성요폐로 인해 이같은 방광의 과팽창이 반복되면 방광근육은 수축력을 잃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방광 내 염증 등 부작용을 불러온다. 상태가 더 악화되면 신장의 기능마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방광 근육의 손상으로 수축력이 저하되면 회복은 쉽지 않다. 약물이나 수술 등을 통해서도 뚜렷한 진전을 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급성요폐는 발병이 되지 않도록 원인 질환을 조기에 치료하는 등 사전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일차 원인인 전립선 비대증은 진단이 쉽고 치료효과도 좋다.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술을 실시하는 비율은 환자의 20%가량이며 나머지는 전립선의 요도를 열어주는 약물 등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 때는 레이저를 이용한 방법이 많이 쓰이는데 안전성이 상당히 높다.

또 70세 이상이나 국제전립선증상점수(표물 참조)가 7점 이상 나오는 경우, 전립선 증대 및 전립선 특이항원 증가, 요류검사상 요속 저하 등은 급성요폐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50대에 들어서면 신체에 큰 이상을 느끼지 않더라도 전립선의 크기와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생활습관적인 측면에서는 커피나 녹차 등 소변량을 늘리는 음료 및 술은 될수 있는 한 멀리 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이준택 부산성모병원 비뇨기과 과장


◆ 국제 전립선 증상점수

1) 배뇨 후 시원치 않고, 소변이 남아있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까?

0. 전혀 없음 1. 5번 중 1번 2. 5번 중 1~2번 3. 5번 중 2~3번 4. 5번 중 3~4번 5. 거의 항상


2) 배뇨 후 2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또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까?

0. 전혀 없음 1. 5번 중 1번 2. 5번 중 1~2번 3. 5번 중 2~3번 4. 5번 중 3~4번 5. 거의 항상


3) 배뇨 중 소변줄기가 끊어졌다가 다시 힘을 주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까?

0. 전혀 없음 1. 5번 중 1번 2. 5번 중 1~2번 3. 5번 중 2~3번 4. 5번 중 3~4번 5. 거의 항상


4)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가 힘든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습니까?

0. 전혀 없음 1. 5번 중 1번 2. 5번 중 1~2번 3. 5번 중 2~3번 4. 5번 중 3~4번 5. 거의 항상


5) 배뇨 시 소변줄기가 약하다고 느낀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습니까?

0. 전혀 없음 1. 5번 중 1번 2. 5번 중 1~2번 3. 5번 중 2~3번 4. 5번 중 3~4번 5. 거의 항상


6) 소변이 마려운데 나오지 않고 한참 기다려야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까?

0. 전혀 없음 1. 5번 중 1번 2. 5번 중 1~2번 3. 5번 중 2~3번 4. 5번중 3~4번 5. 거의 항상


7) 밤에 주무시는 동안 몇 번이나 깨어서 소변을 보십니까?

0. 0회 1. 1회 2. 2회 3. 3회 4. 4회 5. 5회


※자가진단 평가(1번부터 7번 문항까지 점수 합산)

1. 7점 이하-경미한 상태 2. 8~19점-중등도의 상태 3. 20점 이상-심각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