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증과 폭식증 등 현대병으로 불리는 섭식장애는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발견되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동반
- 갑상선 기능항진증·위장질환도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칠면조 빨리먹기' 대회에서 우리나라 출신의 여성이 우승을 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이 한국인은 4.5㎏ 크기의 칠면조를 10분 만에 먹어 치워 1위에 올랐다. 맛있는 것을 실컷 먹고 상금도 타니 일석이조겠지만 전문의들은 일반인들이 절대 이런 행동을 따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음식 섭취는 지나치거나 모자라면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놀이의 대상이 아니다

병적인 요인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많이 먹는 행위를 흔히들 '폭식증'이라 부른다. 반대로 음식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것을 '거식증'이라고 일컫는다.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정확한 용어로는 전자를 '신경성 폭식증', 후자를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 정의한다. 더 큰 범위에서 보면 두 증상은 '섭식장애(식이장애)'에 포함된다.

섭식장애는 이른바 현대병으로 분류된다. 잘 사는 나라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발병 연령대는 10대에서 30대 사이다. 특이한 것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병을 호소하는 비율이 10배가량 높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이 남성보다 강한 데다 몸매에 관한 주위의 시선에도 더 민감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섭식장애로 진단이 내려지기까지는 많은 관찰이 필요하다. 단순히 음식을 많이 먹거나, 거부한다고 해서 질환으로 규명하기는 힘들어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양상은 ▷나이와 키에 비해 체중을 최소한의 정상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유지하기를 거부 ▷낮은 체중임에도 체중증가와 비만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체중과 체형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낮은 체중이 가져오는 심각함을 부정 ▷연속적으로 무월경 3회 이상 지속 등이다.

신경성 폭식증은 ▷일정한 시간 동안 일반인들보다 분명하게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며 섭식에 대한 조절능력 상실 ▷구토, 설사제 및 이뇨제 복용, 금식, 과도한 운동 등 체중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부적절한 보상 행동 시도 ▷폭식과 보상행동이 모두 평균적으로 적어도 2회씩 3개월 동안 반복 ▷체중과 체형에 대한 생각이 자아 평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두드러진 임상 양상이다.

■엄청난 해를 끼치는 섭식장애

전문의들은 내원한 환자가 섭식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각종 질환과의 연계 여부도 검사를 한다. 대개 섭식장애에 노출되면 우울증, 정신분열증, 강박장애 등이 동반된다. 또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나 당뇨병, 위장관 질환 등도 따라온다.

원인은 식욕부진증의 경우 음식 섭취 및 에너지 방출의 균형을 잡아주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에 이상이 왔을 때다. 또 식욕과 포만감 등을 관장하는 부위인 시상하부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발병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몸매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나 폭식 등을 통한 부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예민한 성격 등 문화·심리적 요인들도 섭식장애의 유발 인자다.

섭식장애는 단시일 내에 호전되지 않는다. 평균 5년 정도 지속되는 만성질환에 속한다. 예후도 썩 좋지가 않다. 만족스럽게 호전되는 확률은 25% 수준이다. 정상적인 몸무게로 돌아간다 해도 음식과 체중에 대한 집착과 대인관계 장애 등은 계속되는 사례가 많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가지가 동원된다. 우선 폭식이나 잘못된 다이어트가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을 한다. 체중이 3개월 간 30% 이상 줄어들거나 우울증이 심하다면 입원치료가 필수적이다. 음식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기 위한 인지치료, 가족을 모두 동참시키는 가족치료 등이 행해질 수도 있다. 항우울제 투여를 통한 약물치료도 있다.

전문의들은 "섭식장애는 발병이 늦을 수록, 증상이 오래 계속될 수록, 가족들간의 관계 및 지지가 적을 수록 예유가 좋지 않다"며 환자에 대한 주위의 세심한 관심을 촉구했다. 도움말=이경진 부산성모병원 신경정신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