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허파' 어린이대공원에는 대규모 산림욕장이 형성돼 있다.

# 어린이대공원 편백림

- 100여 년 역사 '부산의 허파'
- 年 400만 명 찾을 정도 인기

# 황령산 편백숲

- 조성 30여 년에 불과하지만
- 숲 즐기려는 시민 연중 북적

# 화명수목원

- 매일 숲해설 프로그램 진행
- 대천천계곡 주말엔 자리전쟁

힐링(치유)하면 먼저 숲길이 떠오른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고 산새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걸으면 금세 심신은 평안해지고 쾌적해진다.

실제로 산림청이 최근 산림치유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숲은 스트레스 우울증 고혈압 아토피 등 질병에 치유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숲이 가진 다양한 치유인자 때문이다.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경관 소리 햇빛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질병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숲이 뿜어내는 항균성 물질인 피톤치드가 면역력을 강화하고,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좋은 산과 숲은 부산 도심에도 많다. 백양산 황령산 금정산 등 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림치유 명소를 소개한다.

■어린이대공원 편백림

백양산 기슭 부산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도심 500여 ㎡(150만 평) 규모에 조성된 명실상부한 '부산의 허파'다. 성지곡 수원지 산림욕장을 중심으로 삼나무 편백나무 등 침엽수림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울창하게 우거진 이 산림은 연간 4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성지곡 수원지의 역사는 한 세기가 넘는다. 1907년 우리 정부와 일본거류민단이 공사비를 공동부담해 착공, 1909년 완공한 저수지다. 이 수원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숲은 100년 넘게 부산시민들에게 물과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편백림은 수원지 변 옛 놀이동산 인근에서 출발하는 성지곡 산림욕장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놀이동산 인근 매점 옆에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10여 분을 올라가면 산림욕장 입구가 나온다. 여기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해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왼편에 편백림 산림욕장이 펼쳐진다.

산림욕장 입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조그마한 폭포가 나오는데 이곳 인근에도 편백림이 우거져 있다. 두 곳 다 산림욕을 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산림욕장 초입에는 숲체험 학습센터가 있다. 주로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 저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부산의 대표적 나무인 소나무와 굴참나무를 소개하고, 백양산의 나무와 꽃 등 숲의 생태계를 설명하는 공간이다.

■황령산 편백숲

	황령산 바람고개부터 봉수대 아래 부분까지 형성돼 있는 편백숲.

황령산 바람고개부터 봉수대 아래 부분 76만 ㎡(22만 평)에 편백숲이 형성돼 있다. 봉수대 꼭대기에서 보면 삼각꼴 나무들이 우거진 푸른 숲을 넓게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황령산 편백림이다.

어린이대공원 침엽수림보다는 규모가 작고 경사가 가파르긴 하지만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임도 옆에 조성된 편백림 쉼터는 숲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사시사철 북적이는 곳이다.

황령산 편백림의 역사는 30여 년가량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 때 1, 2차 치산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조림됐다. 당시 선박이 부산항에 들어올 때 한눈에 보이는 황령산이 붉은 바닥을 드러낸 민둥산 모습이어서 녹화의 필요성이 제기돼 조림사업이 시행됐다고 한다. 편백나무를 중심으로 조림사업이 실시됐으며 리기다소나무도 봉수대 일대에 일부 혼식돼 있다.

다른 편백림보다 황령산은 규모가 작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황령산 편백림은 평균수고가 12m 정도에 불과하고 평균경급(나무둘레)도 20㎝로 작은 편이다. 너무 빽빽하게 식재돼 수관경쟁이 치열해져 더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벌(솎아베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명수목원

	화명수목원 내 대천천계곡.

북구 화명동 금정산 자락에 위치한 화명수목원은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수목원이다. 부산시가 금정산 무단경작지와 개인사유지를 매입해 11만 ㎡ 규모로 2010년 준공했으며 현재는 임시 개장 중이다. 수목원 특성상 식재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시간이 3년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식 개장은 내년 5월께로 예정돼 있다.

수목원에는 구상나무 백송 가시나무 등 900여 종 19만 본이 식재돼 있다. 커피나무 바나나나무 등 아열대와 난대 식물을 볼 수 있는 1000㎡ 규모의 온실을 비롯해 침엽수원 활엽수원 화목원 등 7개 주제의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침엽수원에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를 비롯해 향나무 백송 잣나무 등이 식재돼 있고, 활엽수원에도 우리 고유종인 매자나무와 히어리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숲해설가가 안내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이 3번(오전 10시, 오후 2시와 4시) 진행된다. 수목교양강좌 나무공작강좌 주말산림학교 등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유치원생들을 위한 숲유치원도 운영돼 생생한 생태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

수목원 내 대천천 계곡은 벌써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목원 구석진 곳에 흐르는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입소문을 타 주말이면 방문객들이 자리전쟁을 벌일 정도라고 한다.


# 힐링은 삶의 보조적 도움…지나친 맹신 상업화 경계해야

- 우종민 인제대 교수 지적

지금 우리 사회 전체가 '힐링 앓이' 중이다. 신문을 봐도, TV를 켜도, 서점에 가도 모두가 '치유'와 '힐링'을 말한다.

우리는 왜 힐링에 빠졌을까.

우종민 인제대 교수(신경정신의학과·사진)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열심히 일하면 당대에 뭔가를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가 성숙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진 반면 성공과 성취는 훨씬 힘들어졌다"면서 "결국 성공과 성취를 위해 무한경쟁을 하다 지치고 찌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면서 힐링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경기침체로 젊은이는 물론 장년층과 노년층까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신드롬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우 교수는 진단했다.

우 교수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여 년 전부터 이른바 힐링의 흐름이 시작돼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 자리잡았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대표적 산림 치유기지인 나가노현 시나노마치 '치유의 숲'을 직접 찾을 정도로 힐링에 깊은 관심을 가진 우 교수는 지나친 맹신과 상업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힐링의 장점은 분명 있지만 보조적 도움에 그쳐야 한다. 과도한 집착이나 의존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치유의 힘을 떨어뜨려 무기력에 빠질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