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의 생활 안정의 전제 조건은 한국 사회 적응이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한계가 많다.

북한이탈주민 A 씨는 "남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A 씨는 3년 전 한국에 들어온 후 여러 직장을 전전했지만 '북한인'이라는 이유로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모욕과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남한 사람의 차별 탓에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일종의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정착 지원금, 취업 알선 정책 등 여러 제도가 있지만 북한이탈주민 역시 남한사람의 일부라는 것을 알리는 데는 인색한 것이다.

어린이들 역시 적응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 박선미 사회복지사는 "학습 진도를 맞추기도 어렵지만, 어린이들 속에서 지내는 것도 어려워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말투, 다른 문화에서 생활한 습관 등에서 차이를 느끼고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박 복지사는 "그래도 어린이는 어른보다 적응이 빠른 편이다. 처음에는 왜소한 체구에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아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많이 밝아진 편"이라 전했다. 송이화 과장은 "북한에서 온 어린이들은 남한 어린이보다 순박하다. 집단 따돌림 행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북한이탈주민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또 있다. 신상 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이다. 북한이탈주민 가정은 북한에 가족이나 친지를 둔 경우가 많다. 만약 기관이나 기업에 취업하게 되면서 신상정보가 유출돼 혹시나 북한에 사는 가족에게 위험이 닥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A 씨는 "북한을 탈출한 가족이 있는 경우 감시의 대상이 된다. 이웃의 감시까지 받는다"고 설명했다. 불안감은 정부 지원금에 기대거나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송 과장은 "불안함과 부적응은 가장의 자괴감으로 이어진다. 알코올 중독자 가정이 늘게 되더라"고 말했다.

박선미 복지사는 "제도는 잘 짜여 있다. 다만 북한이탈주민들이 자립할 여건을 마련하고 적응을 도와줘야 하는 면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