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청년실업은 요즈음 자주 오르내리는 이야깃거리의 하나이다. 물론 이야깃거리로 삼기에는 너무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10조 원 이상의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높아지던 출생률은 제자리걸음을 해 10년 전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청년실업은 낮은 출생률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의 하나로 지적됐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데 어떻게 결혼해 일가를 이룰 수 있고 결혼을 했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아이를 가지려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그 많은 양육비와 교육비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먹고사는 문제는 한 나라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하던 18세기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당시 유명한 경제학자이던 맬서스는 인구론이라는 책에서 인간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식량생산이 늘어나지 못하므로 인구증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러한 예측은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 생산성이 급속히 높아졌으며, 인구 또한 급속히 늘어났다. 먹고살기에 충분한 먹거리를 제공한 생산성 향상의 배후에는 도구의 사용이 있었다. 그런데 도구는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일들도 가능하게 했다. 도구는 더욱 발전돼 이야기책이 들려주듯이 정말로 달나라에 토끼가 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토지를 이용해 농부만이 생산하던 여러 가지 농작물을 실험실에서 생산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더욱 급속히 향상됐으며 인간은 점차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도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인간의 노동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18세기와는 다른 의미에서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도록 만들고 있다. 컴퓨터의 발명은 이를 잘 보여준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전에는 책을 한 권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식자공과 조판공들이 글자 하나하나를 정해진 틀 안에 심어 넣어야 했다. 물론 그때그때 필요한 글자체도 만들어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모든 일을 컴퓨터가 해내고 있다. 식자공과 조판공을 위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불가피했다.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격렬하게 저항했으며, 예외적이긴 하지만 일부 기업인도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 대항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경제력을 잃은 기업이 사라지면서 근로자들을 위한 일자리도 더는 존재할 수 없었다. 필자가 경영하는 기업은 기계화나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지체돼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고용이 크게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주변의 여러 기업을 둘러보면 자동화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조업에 한정돼 있지 않으며, 서비스업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그만큼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는 한정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최근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에 접하게 됐다.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이 그것이다. 로봇이 신문 기사를 쓴다는 것으로 처음에는 소소한 스포츠 경기 관련 기사를 쓰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금융 전문기사를 작성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그 로봇이 전문가에 뒤지지 않는 소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이런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과연 기계는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

단순한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데 머물러있던 기계가 이제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지식노동의 영역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 기계는 이제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만은 아니다. 인간은 일자리를 위해 기계와 더욱 치열하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 그리고 청년실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창조경제라는 말을 한낱 구호로 여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