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안압, 시신경 손상 유발
- 정상 범위 있어도 안심 못해
- 40세부터 정기검진 통해 예방
- 수술보다 점안제 치료 보편적

환자 중 눈의 침침함을 호소하며 노안을 의심하는 환자들이 있다. 노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이가 들며 수정체 경직과 탄력 저하 등으로 불편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눈이 침침하다고 하여 모두 노안을 의심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녹내장도 같은 증상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강원에 따르면 2009년 40만 명 수준이던 녹내장 환자는 2013년 63만 명을 넘어섰다. 매년 환자는 15%가량 늘어나고 있지만 녹내장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다.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환자가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경우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시야검사계로 본 환자의 시야. 왼쪽부터 정상인, 중간 단계, 말기까지 진행된 녹내장 환자의 시야.

■침침하면 노안? 녹내장?

녹내장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안압이 높으면 녹내장에 걸린다'는 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여 발생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11년 한국녹내장학회에서 충남 금산군에 거주하는 40세 이상 1532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 녹내장의 유병률은 3.5%였다. 이 중 77%의 환자가 안압이 정상이었다. 따라서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

고도 근시, 녹내장 가족력, 수족냉증, 고혈압 또는 당뇨병, 40세 이상의 나이 등 녹내장 유발 요인에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 녹내장에 대한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 시야가 손상돼 아예 보이지 않는 것만이 녹내장이라는 것도 흔한 오해 중 하나이다. 실제로 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녹내장 환자는 세상이 침침하게 또는 뿌옇게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침침한 눈은 노안의 증상이라고도 많이들 생각하고 있어 단순히 노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녹내장의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줄곧 '소리 없는 시력도둑'으로 불린다. 이러한 질환 특성상 방치되기 쉬운데 그 결과는 끔찍할 수도 있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하여 꾸준히 치료에 임하며 녹내장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녹내장을 늘 경계하기 위해 검진을 받는 것이다.

■한 번에 완치 불가능

	이지웅 부산대병원 안과 교수가 세극등현미경을 통해 안압측정 등 환자의 안구검사를 하고 있다.

녹내장이 한 번에 회복, 완치할 수 있다는 생각도 오해다. 녹내장은 찢어진 부위를 꿰매서 봉합시키는 '완치'의 개념이 아닌 '관리'의 개념이 필요한 질환이다. 녹내장 치료는 점안제, 수술 등의 방법이 있으며 점안제 치료가 보편적이다. 모두 안압을 조절, 관리하여 시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점안제 치료에도 걸림돌이 존재한다. 점안제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병에 들어있는 안약에는 보존제 '염화벤잘코늄'이 포함돼 있다. 이 염화벤잘코늄은 소독제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병 안의 약을 한 달가량 세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염화벤잘코늄이 눈에 많이 노출되면 우리 눈은 연약한 조직인 탓에 여러 불편감이 유발될 수 있다. 녹내장 치료를 하다 안구건조증은 물론 작열감, 충혈, 따가움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불편감에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꾸준히 점안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잘못된 점안 습관은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러한 불편감을 덜어줄 수 있는 무보존제 녹내장 약제도 널리 공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무보존제 점안제 사용 후 불편감이 52.4%에서 7.8%로 현저히 줄었다고 보고되는 등 무보존제 녹내장 약제는 장기간 점안해도 안전하게 안압을 조절해줄 수 있는 약제이기에 장기적인 안압관리를 위해서도 유용한 약제로 많이 권고된다.

부산대병원 안과 이지웅 교수는 "녹내장 치료에 불편이 있을 경우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기보다는 전문의 상담을 거쳐 점안제 선택을 변경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이지웅 부산대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