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목정하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가 결핵으로 의심되는 젊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 주로 60대 이상 많이 걸리지만
- 최근엔 20대 여성 발생률 증가
- 다이어트 인한 영양결핍이 원인
- 외국인노동자 환자들도 많아져

오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주로 결핵 환자가 기침을 할 때 공기 중으로 나오는 가래방울(비말)에 포함된 결핵균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몸으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결핵균에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 없이 평생 건강하게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잠복결핵감염'이라 한다. 하지만 일부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잠복상태로 있던 결핵균이 활성화하여 결핵이라는 질병을 일으킨다.

■매년 OECD국가 중 발병률 1위

위 사진부터 건강검진서 발견된 초기 폐 결핵 CT, 폐 결핵이 진행된 CT, 폐 결핵이 전체로 퍼진 CT.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만 명 이상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한다. 특히 여러 가지 항결핵약제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매우 어려운 다제내성결핵도 매년 40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결핵을 에이즈와 함께 인류가 퇴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의 현실은 어떨까. 결핵을 흔히 못살던 시절의 잊혀진 병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지난 한 해 4만여 명의 환자가 결핵으로 신고됐고, 해마다 2000여 명의 환자가 결핵으로 사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매년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결핵은 잊혀진 병이 아닌 것이다.

최근 국내 결핵 발생 현황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20대 연령에서 발생률이 높다는 점이다. 결핵은 잠복결핵감염 상태에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느 시점에서 결핵이라는 질환으로 발병한다. 해서, 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60대 이상의 노령층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목정하 교수는 "아직 통계치는 없지만 최근 20대, 그중에서도 여성의 결핵 발생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학업과 직장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영양 결핍을 주요 원인으로 목 교수는 꼽았다. 아울러 20대는 노령층과 달리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고 학교나 회사와 같은 밀집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인에 의한 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외국인 결핵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가 시작된 2001년 불과 150여 명의 외국인 결핵환자가 신고됐으나 지난해에는 1800여 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시대 국내 유입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으나 입국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관리, 감독이 시행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면역력 높여 결핵 예방해야

다행인 점은 최근 결핵 환자수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인구 10만 명당 100명의 결핵 환자가 신고돼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10만 명당 84명으로 줄었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한 빠른 진단과 정확한 치료, 그리고 개개인의 질병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결핵 환자에 대한 관리 강화가 제일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결핵은 내성이 없다면 6개월 정도 잘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결핵약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증상이 잠시 좋아졌다 해서 또는 치료 기간이 너무 길어 약을 불규칙적으로 복용하거나 임의로 중단하면 치료에 실패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결핵은 치료뿐 아니라 환자 관리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예전에는 결핵 환자 대부분이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았고, 치료 주체인 보건소가 복약 여부 확인 업무까지 겸했기 때문에 환자 관리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결핵 환자가 증가(현재 80%)하면서 환자 관리가 소홀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2009년부터 민간공공협력 국가결핵관리사업을 추진, 민간병원에서의 결핵 환자 관리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결핵 전담요원을 병원에 상주시켜 결핵환자의 관리에 노력한 결과 결핵환자가 줄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까지 결핵 환자를 절반 정도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결핵 예방을 위해선 균형 있는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다. 무엇보다 증상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환이므로 기침할 때 손이나 손수건 또는 옷가지로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는 에티켓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도움말=목정하·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