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출산에 별다른 지장 없어
- 조기발견해야 치료기간 짧아져

30대 워킹맘 최모 씨는 몇 달 전부터 극심한 생리통과 부쩍 늘어난 생리량 때문에 산부인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8㎝ 크기의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다. 둘째 아이를 계획 중이었던 최 씨는 추후 임신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에 다른 방법을 찾다가 출산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비수술 하이푸 치료를 받았다. 이후 그는 아기도 가질 수 있었다.

자궁근종은 국내 여성에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자궁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평활근에 생기는 양성종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자궁근종 환자는 29만6792명으로, 4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아직 뚜렷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활성화되는 시기인 35세 이상 가임기 여성에게서 흔하게 발병하고 있다.

■출산에 별다른 영향 안 미쳐

	남경일 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과장이 자궁근종 환자와 함께 초음파 화면을 보면서 하이푸시술을 하고 있다.

치료에는 크게 수술적, 비수술적인 방법이 있다. 전자는 복강경이나 개복 등을 통해 근종을 제거하거나 경우에 따라 자궁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인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여성의 '제2심장'이라 불리는 자궁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는 특히나 더 그렇다. 그래서 최근에는 비수술적인 치료법인 '하이푸(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시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이푸 치료기기는 국내 도입 당시 간암치료용으로 사용됐다. 이후 점차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에 적용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원리는 고강도의 초음파 에너지를 한 곳에 모을 때 초점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이용해 조직을 태워 없애는 것이다. 이는 볼록렌즈로 태양빛을 모으면 초점 부위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이러한 고강도 집속초음파를 치료할 자궁근종 부위에 1시간 정도 쏘면 근종조직이 괴사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괴사된 조직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사라지게 된다.

하이푸는 신체 절개나 삽입이 없기 때문에 시술시간 및 회복기간이 짧고 전신마취가 필요하지 않아 마취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자궁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면서 안에 있는 자궁근종만 치료하기 때문에 향후 임신이나 출산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이푸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술 전 MRI(자기공명영상)검사가 필수적이다. 근종 내 혈관이 많이 있을 경우 하이푸 시술을 하더라도 근종크기에 대한 축소 효과가 미미하고 제거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MRI검사를 통해 근종 내 혈관이 많은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최근에는 혈관 분포 정도를 수치화해서 하이푸에 적합한 근종인지를 판정한다. 또 초음파로 알 수 없는 근종의 정확한 위치, 동반 질환 여부를 알 수 있고 시술 범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검진 통한 조기 발견 가장 중요

복부 피하 지방이 많이 두꺼운 경우, 근종이 꼬리뼈 쪽에 접근해 있는 경우, 자궁에 막대사탕 형태로 매달려 있는 유경성 근종의 경우에는 시술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적 제거를 고려해야 한다.

시술과정은 근종의 크기에 따라 보통 7~8㎝까지는 이틀 동안 3회 시술한다. 다만 이보다 클 경우 3일간 5, 6회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4개 이상의 다발성 근종이 있다면 1, 2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두 번에 걸쳐 분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술 1개월 후에는 치료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 MRI검사를 하며, 제거가 잘 되었을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한다. 이때 치료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될 때는 6~12개월 정도 경과를 더 지켜보고 수술적 제거를 고려하게 된다.

좋은문화병원 하이푸센터 남경일 과장은 "중요한 것은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근종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치료옵션을 적용할 수 있고 시술시간, 입원기간도 짧아지며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줄어든다"며 "치료시기를 놓치면 급기야는 자궁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남경일 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과장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