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 야구선수가 병원을 찾았다. 투수인 그는 피칭할 때마다 오른쪽 팔꿈치 안쪽에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진료해보니 해당 부위를 눌렀을 때도 같은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고교생이나 프로선수에게서 볼 수 있는 인대파열에 따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상태를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진찰과 간단한 방사선 검사를 한 결과 '소아야구 주관절(Little league elbow)'이라는 팔꿈치 손상으로 밝혀졌다. '소아야구 주관절'이란 성장판이 열려있는 청소년기의 미성숙한 팔꿈치 관절에 반복적인 투구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주관절 내측부 성장판분리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팔꿈치 관절 안쪽의 문제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징후는 성장판이 닫힌 성인 야구선수들에게는 인대파열로 나타날 수 있다.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삼성 경기. 6회말 2루 도루를 시도하던 롯데 정훈이 부상을 당해 업혀 나가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이러한 '소아야구 주관절'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과도한 사용에 있다. 그 선수의 경우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같은 진단을 받고 4주간 투구 금지 및 휴식을 취한 후 통증이 없어져 팀에 복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했다는 것은 팔꿈치 자체의 손상뿐 아니라 통증이 발생하는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야구선수의 과다한 투구는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부위인 팔꿈치와 어깨관절에만 국한되지 않고 하체 고관절 복부 그리고 어깨 날개뼈 등 주위 근육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선수들은 매일 운동을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근육이 뭉치는 경직이 진행된다. 처음에는 별다른 통증도 없고 투구에 불편을 못 느끼겠지만, 이러한 경직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무리하게 되면 서서히 컨디션이 저하되다 결국 '소아야구 주관절'이 발생게 된다.

치료법은 일단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 선수 역시 투구를 금지하면서 휴식기간 동안 각 부위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약화된 근력을 회복하는 재활치료를 병행해 이른 시일 내 경기에 복귀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었다.

같은 팔꿈치 통증이라도 일반 환자와 스포츠 환자와의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 스포츠 환자의 경우 통증을 호소하는 주요 부위인 팔꿈치는 물론이고 하체부터 고관절 복부 어깨 주변 근육의 약화 또는 경직 상태를 전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많은 야구선수가 지금 당장은 어깨나 팔꿈치에 통증이 없다 하더라도 선수생활을 하는 한 과다사용에 노출돼 있고, 이로 인한 근육의 경직이나 약화 소견은 각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갖고 있다. 따라서 팔꿈치 및 어깨 부상이 발생하기 전에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부상의 원인이 되는 요소를 사전에 발견해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 선수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춘기 부산힘찬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