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다.

곡우는 봄비(雨)가 내려 모든 곡식(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농가에서는 곡우 무렵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데, 일년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볍씨도 이 시기에 담근다.

한해 농사의 수확을 가늠할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기인 만큼 이 시기 농가에는 지역별로 각종 '금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볍씨를 담근 뒤 본래 볍씨를 담았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이때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놔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야 집 안에 들였다.

이렇게 집에 들어선 사람은 볍씨를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음 때문이었다.

경기도 평창에서는 곡우날 사시(巳時)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떠내려간다고 하여 사시를 피해 볍씨를 담근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렸다.

경북지역에서는 이날 부정한 것을 보지 않고, 대문에 들어가기 전에 불을 놓아 잡귀를 몰아낸 다음에야 드나들었다.

특이하게도 이날은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꺼리는데, 이는 부부가 잠자리를 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고 믿었기때문이다.

경남 남해에서는 이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 해 시절이 좋지 않다고 믿었다.

인천 옹진에서는 이날 비가 오면 샘구멍이 막힌다고 하는데, 이 역시 가뭄이 든다는 의미다.

반면 경기도 포천에서는 곡우에 비가 많이 오면 그 해 농사가 좋고, 비가 적게 오면 가물어서 흉년이 든다고 믿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