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장서 받은 오늘의 운동 '와드'
- 러닝 등 동작별 목표 수치 제시
- 입문자는 체력부터 키운 후 도전

- 선 자세서 엎드리기 반복 '버피'
- 2개부터 숨 가빠오고 5개 째 비명
- 겨우 10개 채우고 다음 동작 이동

- 밧줄 쥐고 아래위 흔드는 '로프'
- 3세트 중 2세트도 못한 채 포기
- 스쿼트처럼 허벅지 터질 듯 땅겨

운동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헬스장에 가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오늘은 비가 와서, 어제 야근을 해서, 그저께 회식 때 심하게 달려서 아직은 제 컨디션이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을 핑계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게 만드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이 기자 같은 의지박약자에게는 좀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트레이너와 한 약속을 변경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니 시간을 어떡하든 쥐어짜서 운동하러 가게 해서다. 여기에 강도 높은 운동량으로 알려진 크로스핏을 활용한다니 기대가 컸다.

기자가 케틀벨에 반동을 주어 들어올리는 케틀베 스윙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동민 대표가 지도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산 남구 대연동 리얼핏(051-626-3111)에서 기자와 최동민 대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몸 상태 체크였다. 신발을 벗고 매트 위에 다리를 딱 붙이고 서 있게 하더니 발바닥을 살펴봤다. 최 대표는 "오른발은 아치가 유지되는데 왼발은 무너졌네요. 많이 걸으면 왼쪽 다리가 더 피곤하고 아프겠다"며 양다리의 불균형부터 알아냈다. 그러더니 배를 깔고 엎드린 뒤 무릎은 접고 다리에 힘을 빼 보라고 했다. 그러면 자연히 양다리가 벌어지는데 앞쪽 거울로 보니 양발이 지면과의 각도가 달랐다. 최 대표는 "골반이 오른쪽으로 더 틀어져 있어서 오른다리가 지면에 더 가깝게 떨어진다"며 기자의 몸 상태를 알려줬다. 또 다리를 붙이고 서 있다가 머리부터 아래로 동그랗게 굽히면서 척추를 하나씩 접는다고 생각하며 바닥까지 내려가라고 했다. 동작을 하자마자 최 대표는 "허리 아랫부분이 동그랗게 말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되네요. 허리 통증이 있겠다"고 알아챘다.

리얼핏 최동민 대표가 기자에게 제시한 '오늘의 운동 목표'인 와드(WOD)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최 대표는 "처음 운동하러 오신 분들은 몸 상태와 운동능력부터 가늠한 뒤 그날의 운동량을 정한다. 그래야 부상도 없고 운동 효과도 제대로 볼 수 있다"며 체력에 맞는 운동을 권했다. 기자가 받아든 '오늘의 운동(WOD:Workout of the Day)'은 스쿼트 30개, 월 볼 샷 10개, 버피 10개, 러닝 500m, 로프 1분이었다. '와드'라고 부르는 것으로 당일 내가 해야 할 운동량이다. 동작별로 개수를 정할 수도 있고 운동을 더 잘하게 되면 같은 갯수를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에 해낼 수 있는지를 잴 수도 있다. 말로만 하는 나와의 싸움이 아니라 수치로 바로 볼 수 있게 정해준다. 이걸 3세트 반복한다고 했다. 정통 크로스핏은 그룹을 지어 와드를 진행한다. 이때는 다른 사람과 내 와드의 결과를 비교할 수 있으므로 운동능력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운동 초보자라면 우선은 체력부터 키운 뒤 정통 크로스핏에 도전하기를 권한다. 여러 사람이 한 번에 운동하면 트레이너에게 바른 자세를 지도받거나 도움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벨 데드리프트로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과 등 근육에 집중하는 동작이다.

최 대표는 "보통의 체력을 가진 여성이라면 1세트를 완수하는 데 15분 정도를 잡으면 된다"며 웃는 얼굴로 기자를 채근했다. 스쿼트는 20개가 넘어가자 고통이 왔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되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반복하는 자세라 허벅지 근육을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월 볼 샷은 큰 공을 들고 벽에 튀겨서 잡으면서 앉았다 일어나는 것으로 스쿼트 자세에서 팔 운동을 함께 하는 동작이다. 가장 힘든 건 뭐니 뭐니 해도 버피다. 버피는 어떻게 보면 군대의 얼차려처럼 보인다. 서 있는 상태로 시작해 땅을 두 손으로 짚고 양발을 모아서 쪼그리고 앉았다가 다리를 한 번에 뛰어서 뒤로 뻗어 엎드려뻗쳐 자세로 만든다. 양 손바닥은 가슴 아래쪽쯤에 오는 게 제일 좋다. 이 상태로 가슴이 닿도록 팔굽혀펴기를 하고 일어서면서 두 다리를 가슴까지 당기면서 뛰어오른다. 맨 처음의 쪼그려 앉은 자세로 복귀했다가 위로 살짝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면 버피를 1개 수행한 것이다. 이걸 2, 3개만 해도 숨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5개째부터는 '끄아아~' 하고 이상한 비명이 나온다. 그럴수록 최 대표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좋아요! 하나 더! 곧 10개! 하나, 둘, 셋, 하나! 굿! " 10번을 근근이 채우고 일어서서 헉헉대고 있으니 바로 다음 과업으로 가자고 기자를 독려했다.

윗몸일으키기로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완전히 누웠다가 일어나면서 발끝을 잡도록 한다.

이번엔 러닝. 러닝머신에서 속도를 8로 맞추고 500m를 뛰게 한다. 뛸 때도 혼자 두지 않고 뛰는 모습을 점검했다. "속도에 비교하면 무릎을 너무 쓰고 있다. 좀 더 지면에 가깝도록 가볍게 뛰는 게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며 자세를 교정해줬다. 생각보다 뛰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500m가 이렇게 멀었나 싶었다. 게다가 최 대표가 옆에 딱 지키고 서서 달리는 속도까지 조절하니 다람쥐통 속의 햄스터가 된 기분이었다. 마지막인 로프는 무거운 밧줄을 양손에 쥐고 아래위로 흔드는 동작이다. 다리는 스쿼트처럼 무릎을 굽힌 상태로 팔을 휘두르며 1분을 유지하는데 정말 혀가 나온다는 말을 실감했다. 처음 목표는 3세트였지만 2세트도 완성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다음 수업 때 진행된 바벨 데드리프트 20개와 케틀벨 스윙 20개, 윗몸일으키기 30개, 러닝 500m는 3세트를 완수했다. 10㎏의 바벨을 무릎을 거의 세운 상태로 아랫배 정도까지만 들어 올리며 팔꿈치는 약간 벌려준다. 이래야 등과 광배근에 힘이 들어가 탄력 있는 뒤태에 도움이 된다. 케틀벨 스윙은 6㎏으로 수행했다. 앞뒤로 쇠공인 케틀벨을 흔들고 들어 올리면서 팔과 배, 엉덩이에 힘을 많이 쓰게 하는 동작이다. 이날은 3세트 모두 완수해 스스로가 무척 대견했다. 이런 식으로 수업 때마다 다양한 와드를 해내야 하므로 성취감과 즐거움이 남달랐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