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인근 지리적 특성 반영
- 방사선피폭 치료제 개발 계획
- 재난 대응 중추적 역할도 기대

방사선 의학 기반의 암 치료 선도병원인 부산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특성화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본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서울 소재)의 분원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료진이 암 수술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특성화·스마트 병원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7일 한국원자력의학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포함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25개 출연연구기관, 기초과학연구원 등 28개 기관과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R&R) 정립과 이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과기정통부는 4차 산업혁명을 위시한 세계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 혁신성장을 이끌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과학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구개발(R&D) 환경에서부터 발 빠른 변화를 수용하자는 취지에서 역할과 책임(R&R) 재정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의학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협약식에서 ‘첨단 의생명 연구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특성화 병원을 기반으로 국민건강과 국민안전에 기여한다’는 핵심 미션을 선포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박상일 의학원장은 1일 “이는 과기정통부 산하 유일한 병원인 원자력의학원이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첨단 연구 결과물을 산출하고, 이를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직접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국내 최초의 과학기술 특성화 병원으로서 과학계와 의료계의 접점에서 지역 대학병원과 과학기술교육기관(카이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 등과 연계하고 혁신 성장 동력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의학원은 빅데이터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거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환자와 더 자주,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본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해 첨단 방사선의료 연구 및 산업화를 선도하기 위해 방사선 의약품과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바이오뱅크(인체자원은행)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바이오뱅크는 혈액이나 조직, 세포, 혈장, 단백질처럼 사람에게서 채취한 인체 자원과 유전 정보를 수집해 동결 보존한 뒤 연구에 활용하는 의료 분야다.

의학원은 과학기술특성화 병원으로 외연을 넓히되 방사선 의학 연구와 임상 적용·실용화라는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기로 했다.

■원전해체 맞춰 재난대응

	박상일(왼쪽부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이 지난달 7일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자리 잡은 지역적 특성과 탈원전 시대를 맞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방사선비상진료센터 역할이 중요하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국가방사선 비상진료의 최 첨병으로서 원전 관련 각종 재난에 대응하는 데 중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원전 해체작업 중 발생할 피폭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작업자와 지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밀 안전진단과 관리를 할 계획이다. 해체사업의 주체가 누구이든지 간에 해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피폭 안전사고 대비는 의학원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해 방사선피폭 환자의 응급조처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차세대 방사선피폭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목표로 정했다.

또, 생활 방사선에 관한 연구를 강화하고 방사선 영향과 관련된 진료와 검진 기술을 발전시켜 방사선 안전에 관한 대국민 이해를 높이는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 암 진료비 낮추고 서비스 높이고

동남권의자력의학원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운영을 통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국민을 섬기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신포괄수가제란 입원 기간 입원료, 처치료 같은 진료에 필요한 기본 서비스는 포괄수가에 묶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로 보상하는 진료비 지불 제도다. 종전 포괄수가제는 비교적 단순한 외과수술에만 적용됐지만, 신포괄수가제는 암 환자 같은 복잡한 질환까지 포함해 더 많은 입원 환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신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입원 환자에게 표준화된 진료를 제공해 과잉진료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더 넓은 건강보험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일부 고가 항암제 같은 여 항목에 대한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의료의 질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보호자나 개인이 고용한 간병인이 필요 없게 간호 인력에 의해 각종 입원서비스가 제공되는 제도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그리고 병동 보조 인력 인원이 입원 환자를 24시간 돌봄으로써 환자 측에서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지 않아 입원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간병료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하루에 7만~8만 원. 환자가 추가로 부담하던 것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다인실 기준으로 기존 입원료에 하루에 1만 원가량을 추가 부담하면 간호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환자와 보호자 모두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