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세계 챔피언 ‘바리스타’가 탄생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19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한 바리스타 전주연 씨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국제신문 영상팀

올해 20회째 열린 WBC 대회는 커피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나라만 55개국으로 각 나라에서 우승한 바리스타 1명만이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심사위원에게 에스프레소·밀크음료·창작음료를 각 4잔씩 총 12잔을 제공하며 만드는 음료에 대해서 자신이 가진 철학과 주제를 15분 동안 전달해야 한다. 전 씨는 ‘탄수화물’이라는 주제로 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24일 오후 7시께 부산 금정구 모모스 커피 공방에서 전 씨를 만났다. 전 씨가 이번 대회에서 탄수화물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에스프레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단맛과 바디(질감)’가 중심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커피의 단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성분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커피가 가지고 있는 가장 많은 성분은 탄수화물이었고, 그 주제를 단맛으로 연결하는 내용을 준비했다.

“내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대회를 준비하면서 전 씨가 가장 많은 고민을 한 부분이다. 단순히 선수와 심사위원이 아닌 ‘친근함’을 주고 싶었다. 그러다 자신이 자주 앉던 테이블을 보고는 ‘테이블에 앉히면 안 될까?’를 그대로 접목시켰다고 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바리스타들은 두 개의 테이블을 움직일 수 있는데 보통 높낮이 조절은 많이 해왔지만 지금까지 의자로의 활용은 없었다. 그는 “테이블이라는 명칭 자체가 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지금까지 의자로 활용한 사람은 없었다”며 “그러다보니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할 수 없었지만 ‘해보고 싶은 건 해보자’는 각오로 시도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WBC 무대에 도전한지 10년. 국내 본선조차 오르지 못한 적도 많았다. 지난해에는 드디어 꿈의 무대에 오르지만 긴장한 나머지 실수도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인 탬핑(분쇄된 커피를 다지는 행위)을 생략한 것이다. 전 씨는 “‘노 탬핑걸’이라는 말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며 “사실 WBC 우승은 제가 커피를 시작하면서 처음 세운 목표라 다른 건 포기해도 이것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힘들어도 억지로 울어가면서 준비를 했던 것 같다”라고 지난 일들을 회상했다.

전 씨는 ‘에너지’라는 단어로 자신을 표현한다. 전 씨가 속한 가게에서는 같은 재료, 레시피로 커피를 내린다. 그렇게 커피의 향미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씨를 찾는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좋은 기운 받아가요”라고. 그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단어이기도 하고 에너지라는 단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적어도 커피를 하시는 분들이 한국을 온다면 부산으로 오고 싶게 하는 커피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덧붙였다. 취재=국제신문 영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