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26일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어 조종국 운영위원장 해촉을 논의한다. 앞서 이용관 BIFF 이사장은 지난 5월 조 운영위원장 임명을 강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 운영위원장이 임명되자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15일 오후 영화의전당 내 BIFF 사무국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BIFF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크게 3가지를 의결했다. 오는 26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조 운영위원장 해촉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또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신설에 대한 정관도 손보기로 했다. 앞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인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12일 “임시총회를 열어 직무대행의 권한을 명시해야 한다. 현재는 운영위원장이 집행위원장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BIFF는 인적·조직 쇄신을 위한 혁신위원회 구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26일 임시총회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영화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이용관 이사장 퇴진’은 이날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부산영화인연대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 성명을 내고 “이사장의 이해할 수 없는 불통과 아집이 정상 운영을 망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이사장에게 ‘조 운영위원장 사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자 ‘공론의 장을 통해 입장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다’는 답을 받았다. 변명을 늘어놓기 위한 토론회를 열자는 해괴한 궤변이다. 시간벌기와 뭉개기를 위한 술수”라며 ▷조 운영위원장과 이 이사장의 즉각 동반사퇴 ▷새 집행위원장 선임을 요구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도 지난 13일 이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결자해지’ 자세로 강력한 쇄신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이 이사장과 조 운영위원장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 이사장은 “올해 BIFF가 끝나면 물러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최근에는 ‘조 운영위원장이 영화제에 남아야 한다’는 취지의 SNS 글을 이사진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자 영화인단체에서는 “이 이사장은 ‘BIFF 사유화’ 논란을 직시하지 못한 채 회유와 외면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BIFF는 허 전 집행위원장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사과문도 발표했다. BIFF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개인 문제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당면한 영화제 준비에 중점을 두다 보니 피해자 의사를 물어보지 않은 채 피신고인(허 전 집행위원장)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는 잘못을 범했다”고 했다. 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권고에 따라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상담센터를 외부 진상조사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1일 사의를 표명했던 허 전 집행위원장은 BIFF 복귀를 고려하던 지난달 31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러자 허 위원장은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인은 “이 이사장이 많은 영화인의 반대에도 조 운영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더니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피해자 동의없이 사표를 수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실제 성폭력이 발생했다면 지휘감독권이 있는 이 이사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 이사장과 조 운영위원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