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 의료봉사단이 지난 17일 경남 하동군 청암면 마을회관의 임시진료소에서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온종합병원 김석권 센터장, 하동 지리산 마을서 무료 진료

-그린닥터스와 의사·간호사·치료사 등 70여 명 봉사단 참여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현실, 국가적 차원의 해결책 절실”

봉사단의 온종합병원 김석권 센터장과 김동헌 병원장이 환자 집을 방문해 진료하는 모습.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재단과 온종합병원은 지난 16, 17일 이틀간 지리산 자락의 의료 낙후지역인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이번 봉사단에 참여한 70대 의사는 자신의 고향에서 봉사를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

의료봉사단에는 정근(안과 전문의) 그린닥터스 이사장을 비롯해 온종합병원 김동헌(외과 전문의) 병원장, 김석권(성형외과 전문의) 성형센터장, 윤선희(안성형 전문의) 이사장, 조정미 재활의학과장 등 의료진과 간호사, 그린닥터스 관계자 등 모두 70여 명이 동참했다.

봉사단은 지리산 삼신봉 동쪽 해발 800m에 있는 이곳(일명 ‘지리산 청학동’)의 마을회관에 임시진료실을 설치하고 200여 주민들을 진료했다. 주민 대다수가 80~90대 고령인 데다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어 영양제 등 수액 주사와 물리 치료를 병행했다. 올해 73세인 김석권 센터장은 의사가 된지 50년만에 고향에서 의료봉사를 펼쳤다. 그의 고향인 하동군 고전면의 주민 50여 명은 1시간여 차를 타고 와서 진료를 받았다.

봉사 첫날 정근 이사장과 김동헌 병원장, 김석권 센터장, 윤선희 이사장 등은 90세를 넘긴 두 할머니 댁을 직접 방문해 진료했다. 94세인 A 할머니는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장기간 누워 지내면서 엉덩이

봉사단의 정근 이사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위에 욕창이 매우 심했다. 이에 김 센터장은 즉석에서 욕창을 처치했고, 이 과정에서 그의 70대 중반 아들과 60대 후반 며느리기 할머니를 돌보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센터장은 초고령화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간병’의 현실을 목격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며 요양병원 입원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 부부는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 오신 어머니를, 우리가 좀 편하려고 남의 손으로 돌보게 하고 싶지 않다. 힘 닿는 데까지 어머니를 간병하겠다”고 말해 봉사단을 감동시켰다.

봉사를 마무리하고 고향집에서 팔순 가까운 형수를 만난 김석권 센터장은 홀로 사는 형수가 몸이 아픈데도 가까운 곳에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 했다. 김 센터장은 “해가 갈수록 농촌에 빈집이 늘어나고, 대부분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사는 고향 주민들을 만나보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다”면서 “앞으로도 고향을 비롯한 낙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초저출생의 지방소멸 위기와 초고령화로 인한 ‘노노(老老) 간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지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을 입안할 때 ‘지방 의료·교육 살리기’를 중심의제로 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료봉사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