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심장의 박동에 관한 컴퓨터 실험을 하고 있다(오른쪽).

- 인체의 모든 현상 시뮬레이션
- 신약 반응 파악· 수술 연습도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사람의 감정과 동작, 목소리에 반응하는 가상인간(virtual human)을 공개했다. 이 가상인간은 실제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황에 따른 표정까지 연기했다. 이름은 '마일로(Milo)'. 하지만 마일로는 일종의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했다. 과학계는 앞으로 30년 이내에 인간의 신체기능을 모두 재현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가상인간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제대 의과대학 심혈관대사질환센터의 김나리(42·사진) 교수팀은 심장을 활용한 가상인간 시스템 연구를 수행 중이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심혈관공학 국가선도연구실로 선정됐다.

영화나 만화 속의 '아바타'와 달리 김 교수팀이 연구하는 가상인간은 실제 인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옮긴 것이다. 쉽게 말해 생명현상을 컴퓨터 가상공간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김 교수의 '생체역학기반 심장-대동맥 통합 다중스케일 모델링' 연구에는 박사 3명과 대학원생 4명이 참여해 세포에서 장기 수준에 이르기까지 심장수축역학에 대해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심장혈관계의 기능에 대한 가상평가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 교수는 "가상인간을 의학분야에 이용하려는 연구는 부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초기 단계의 연구에 있다"며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안다. 심장은 물론 폐나 위장 등에 대한 모델링이 시도되고 있으며, 골격근이나 근육 등도 연구 대상이다. 한마디로 미래 첨단과학기술의 블루오션 분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인제대 연구팀은 실제 실험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한 다음 수식화한다. 예를 들어 심장이 수축하고 온몸에 피를 돌게하는 혈액펌프 과정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하고자 하는 생체역학기반 심장-대동맥 모델링은 가상인간 구현의 기초가 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러한 가상인간을 이용하면 각종 인간친화적인 의료용 기기의 개발은 물론 신약 연구와 같은 의료산업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이 아닌 가상인간을 활용해 수술 연습을 할 수 있으며, 환자에게 새로운 약물을 투입했을 때 어떤 신체반응이 나타날지 등을 파악하는 실험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가상인간이 의학분야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나 전자기기 등 제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금요일에 과학터치

2일 오후 7시 부산 궁리마루(서면 옛 중앙중학교)에서 열리는 금요일에 과학터치에서 김 교수는 '심장이 하는 말을 들어봐요'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떤 방법으로 확인하는지, 심장마비와 같은 대표적인 심장질환을 예를 들어 살펴본다. 또 심장의 신호를 통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링 연구분야를 소개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국제신문과 부산과학기술협의회, 부산시교육청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금과터에서는 삼락중학교 이성현 교사가 오후 6시30분부터 '무게 중심을 잡아라'라는 제목으로 도입강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