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해운대구 반송중학교에서는 전교생, 선생님,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생활협약을 제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학생이 지켜야 할 생활협약을 교육 3주체가 참여해 함께 만드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뜻 깊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됐다.

반송중학교는 최근 학생이 교내에서 지켜야 할 생활협약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실내화용 슬리퍼 허용 ▷학교 과자 반입 허용 ▷일과 시간 중 휴대폰 소지 허용 등 3가지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는 학생자치회를 통해 건의된 사항 중 평소에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관심도가 높은 것을 선정했다. 공청회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찬반 패널이 토론을 하고, 토론자끼리 또는 토론자와 청중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했는데,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인 만큼 열띤 분위기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는 실내화용 슬리퍼 허용. 이강민(반송중 3) 군을 비롯한 찬성 측 패널들은 “슬리퍼는 앞뒤로 뚫려져 있기 때문에 땀이 덜 차서 발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가볍게 흔들면 모래나 먼지가 잘 털어지기 때문에 장점이 많으므로 실내화로 매우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지원(반송중 3) 군을 비롯한 반대 측 패널들은“비가 올 때 슬리퍼를 신으면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안전에 문제가 많다”고 반박했다.

다음에는 학교 과자 반입 허용이라는 주제로 넘어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준호(반송중 3) 군을 비롯한 찬성측 패널은 “등교 때마다 시간이 없어 아침밥을 먹기 힘들다. 과자가 현재 허용되는 김밥이나 빵보다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찬성 논리를 폈다. 그러나 반대 측 변요한(2학년)군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시판되는 과자에서 벌레가 2번이나 나온 적이 있어서 위생적으로 좋지 않고, 영양학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구정환(반송중 3) 군도 “과자보다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이다”며 반대 의견을 덧붙였다. 이때 청중석에 있던 한 학부모는 “부모들은 평소 아침밥을 잘 챙겨 주려고 한다. 학생들이 집에서 아침밥을 먹도록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쏠렸던 일과 시간 중 휴대폰 소지에 관한 토론이 시작됐다. 찬성 측에 선 박준석(3학년) 군은 “수업에 관한 내용을 휴대폰을 통해 조사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모님과 긴급하게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때 바로 휴대폰으로 신속하게 연락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대 측에 선 이현우(3학년) 군은“휴대폰을 소지하면 수업 중에 몰래 게임을 하거나 때로는 고가의 휴대폰 도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지윤(반송중 1) 군과 이재욱(반송중 2) 군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장난을 치거나 싸울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 셔틀도 일어나고 원치 않는 학생의 사진을 찍는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며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탰다.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끝까지 집중하며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뿜어내고 청중들도 경청과 질의응답을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다.

공청회 결과는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슬리퍼 착용은 ‘허용’ ▷과자 반입은 ‘금지’ ▷휴대폰 소지도 ‘금지’로 나왔다. 이 중에서 슬리퍼 착용과 과자 반입은 찬성과 반대 득표율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휴대폰 소지는 찬성에 비해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내 휴대폰 소지는 악영향이 크고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허용되기가 어려웠다고 판단된다. 김광현 학생기자 반송중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