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을숙도 맞은편(현재 가락타운아파트) 하구 일대 에서 철새떼가 날아가는 모습.

을숙도와 낙동강 하구라고 하면 요산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가 떠오른다. 1966년 요산이 26년간의 절필 끝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소외계층이 겪는 삶의 애절함과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화자(話者)인 교사가 낙동강 하구의 가난한 섬마을 ‘조마이섬’에서 살아가는 ‘건우’라는 제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소설에서 ‘섬의 생김새가 길쭉한 주머니같다고 해 그렇게 불렸다’는 조마이섬. 이 섬은 실제로 있는 곳일까.

김정한은 생전에 문단 후배들과의 모임에서 이렇게 술회했다고 전해진다. “어느날 신혼부부로부터 소설 속 조마이섬의 위치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조마이섬은 실재 섬은 아니지만 모델은 을숙도와 일웅도라고 일러줬다.” 일웅도는 지금의 을숙도 상단부로, 옛날에는 을숙도와 떨어져 있었는데 하구둑이 건설되면서 합쳐졌다.

을숙도 상단부 중간 강변에는 부산민족작가회의가 2001년 10월 세운 ‘소설 모래톱 이야기의 현장’이란 표지가 있다. 물고기 형상의 나무로 된 표지에는 ‘이곳은 소설의 중심무대인 조마이섬의 들목입니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교사가 건우와 함께 가정방문을 갈 때 하단나루에서 배를 타고 명지(鳴旨)에서 내린 뒤 30분이상 걸어 들어갔다’는 표현을 고려하면 딱 맞지도 않는 것 같다.

때문에 조마이섬이 조만포(강서구)라는 설도 있다. 조만포는 을숙도 북쪽에 있는 강변 마을로, 남해고속도로 가락IC에서 빠져 둔치도쪽으로 나가면 있다. 경상도식 발음에 따라 조마이포로 불렸으며 포구 옆 늪지의 모래톱도 조마이섬으로 얘기됐다는 것.

이와 비슷하게 강서구에 있는 마을 이름인 ‘식만’ ‘울만’도 옛날부터 ‘식마이’ ‘울마이’로 불렸고 지금도 주민이나 출향인들의 입에 그렇게 오르내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마이섬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을숙도를 비롯해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으로 이뤄진 섬들 모두가 조마이섬이고, 그 일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민초들의 애절한 삶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진다.

/ 글 = 구시영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