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송이란 이름답게 햇빛을 받아 불그스름한 자태가 더욱 돋보이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의 금강송.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모습에서 장쾌한 기상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소나무는 나무 이상이다.

굳이 애국가의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아니더라도 그 속엔 어떤 정신이 깃들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한 소나무가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금강송(金剛松)이다.

남부지방산림청(청장 배영돈)이 경북 북부지역의 금강송 명품 숲을 이달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국가 지정 보호림으로 애지중지 키워 온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의 보고다.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송 숲',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금강송 문화재용 목재생산림',

영양군 수비면 본산리 '금강송 미림단지', 영덕군 영해면 창수리 '창수 전시림' 등 4곳이다.

'주말&엔'이 이들 '소나무의 황제' 금강송 군락지 속으로 들어가 봤다.


#우리 나라 최고의 금강송 숲

우리 나라 최고의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 소광리 금강송 숲의 520년 된 보호수. 지름이 무려 96㎝에 달한다.

울진에서 불영계곡을 지나 영주로 가는 국도 변에서도 오른쪽으로 30여 분 비포장로를 따라 가야 만나는 오지 중의 오지. 우리 나라 최고의 금강송 군락지는 그 속살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하긴 이 깊숙한 곳에 있어서 아름다운 자태를 보존하고 있었을 것이다.

금강송은 금강산을 비롯, 태백산맥 줄기인 강원도와 경북북부 산림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일컫는다. 나무의 상단부는 붉은 색을 띠고 아래는 거북 등짝 모양으로 갈라진 껍질 탓에 다른 소나무와 쉽게 구별된다.

특히 같은 굵기라도 다른 소나무보다 나이가 3배가량 많아 재질이 단단하다. 때문에 옛날부터 궁궐의 건축재료로 사용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솔숲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좁은 임도 주위로 마치 양쪽으로 사열하듯 금강송 행렬이 줄지어 있다. 5분여 금강송 사열을 받고 오르면 금강소나무 전시실. 금강송과 일반 소나무를 전시, 특성을 비교해 놓았다. 전시실 맞은 편 우람한 소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520년 된 금강송이다. 지름이 자그마치 96㎝로 어른 둘이 팔을 벌려 안기에도 벅차다. 옹골차게 자란 탓인지 나무의 높이는 25m로 다른 것에 비해 높진 않다. 오랜 풍상을 견뎌온 듯 꼭대기와 아래쪽 일부에만 가지를 달고 있다.

소광리 금강송 숲은 1610㏊에 펼쳐져 있다. 이곳 금강송의 평균 나이는 150살. 제1, 2관찰로를 따라 1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숲 전체를 보려면 시간을 더 잡아야 된다. 520살 금강송을 지나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소나무를 만난다. 이른바 '미인송'이다. 훤칠하게 뻗은 줄기에 사방으로 아름답게 퍼진 가지가 금강송의 표준형으로 자라 '미인송'으로 불린다. 나이는 350살로 높이는 35m에 달한다. 일제시대 때만 해도 이곳엔 지름 1m가량의 소나무가 즐비했다고 한다.

임도를 따라 제2관찰로 입구에 서면 맞은 편 산의 파란 잎 사이로 온통 붉은 색 줄기 금강송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설핏 부는 바람에 진한 솔향이 코 끝을 스친다.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선 금강송 아래 서니 과연 소나무의 황제라는 별칭이 실감난다.

남부지방산림청 최신규 계장은 "일제 때 쓸 만한 건 다 베어낸 게 이 정도니 옛날 이곳 소나무의 규모가 어땠겠느냐"며 "이곳 금강송의 보존을 위해 조림 또는 파종으로 자손에 물려줄 후계목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진에서 영주로 가는 36번 국도 광천교 입구에서 우회전해 비포장도로로 30여 분. 문의 울진국유림관리소 (054)783-7074


글 = 장재건 기자 jjk@kookje.co.kr 사진 =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편집 = 조영훈 기자 cyh@kookje.co.kr 신정현 기자 shin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