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숲 보호를 위해 조선시대때 세운 황장봉표. 울진 소광리 숲 입구에 있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크게 육송과 해송으로 나뉜다. 해송은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며 수피가 검어 흑송 또는 곰솔이라고도 불린다. 육송은 주로 내륙지방에서 자라며 상단부가 붉은 색을 띠어 적송이라고도 한다. 소나무의 제왕 금강송은 이 같은 적송에 속한다.

통칭 적송으로 불리는 금강송은 소나무의 제왕답게 여러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금강송은 지역적으로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금강산에서 강원도, 경북 울진 봉화를 거쳐 영덕 청송 일대에서만 자란다. 때문에 금강산 소나무를 줄여 금강송(金剛松) 또는 '강송(剛松)'이라고도 불린다. 글자 그대로 나무가 워낙 단단해 '금강'이라는 얘기도 있다.

금강송은 자라면서 중심부가 진한 황갈색을 띤다. 때문에 옛사람들은 '황장목(黃腸木)'이라 불렀다. 이처럼 황갈색 부분이 넓은 황장목은 잘 썩지 않고 단단해 예로부터 왕실의 건축자재로 쓰였다. 조선왕조 이후 왕실의 건축 수요에 맞추기 위해 울진 등의 금강송을 보호하는 정책을 써 왔다. 왕실은 금강송 군락지를 일반인들이 함부로 벌채를 못하도록 금산(禁山)으로 지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했다. 이를 위해 세운 것이 황장봉표(黃腸封標). 울진군 소광리 금강송 숲 입구 길가에서 10여 년 전 자연석에 새긴 당시의 황장봉표가 발견됐다. 현재 길 왼쪽에 표석과 함께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황장봉표는 강원도 3곳에서도 확인됐다.

금강송의 또 다른 이름 '춘양목(春陽木)'엔 아픈 수탈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일제시대 영주~봉화~태백을 잇는 철도가 놓이면서 그간 비교적 잘 보존돼 온 봉화지역 금강송이 남벌되기 시작했다. 오지중의 오지인 울진 봉화 등의 금강송은 봉화의 영동선 춘양역을 통해 하나하나 사라져 간 것이다. 춘양목이란 이름은 당시 춘양역에서 온 소나무란 뜻에서 이름붙었다.

금강송은 강원도나 경북 북부지역에서만 잘 자란다. 다른 지방에 옮겨 심으면 자라는 정도나 재질이 좋지 않다고 한다. 학자들은 아직 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곳의 토양 및 기후와 연관이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글 = 장재건 기자 jjk@kookje.co.kr
사진 =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