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커피 하우스의 젊은 바리스타들. 모두 바리스타 자격시험에 통과한 인재들로 앨리스 커피 아카데미에서 강의도 맡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범석, 윤선희, 송은하 씨.

"커피는 내 인생의 동반자! 커피와 30년 넘게 함께 했어요. 이 무궁무진한 커피의 세계란…."

커피에 빠진 사람들의 커피 예찬, 끝이 없습니다. 이들은 커피에서 흙냄새가 나고, 숲향기가 나고, 꽃향기가 난다고 말합니다.

여기 한 잔 한 잔 정성 들여 커피를 완성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바리스타들입니다. 그러면 '아, 혹시 그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홍 사장과 은찬이가 하는 그 일?'이라고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죠. 예, 맞습니다. 바로 이들이 바리스타죠. 예전에 파티쉐나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처럼 요즘에는 바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사람들의 호기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바리스타는 깔끔하고 멋있고 늘 향긋한 커피향에 취해 사는 사람들일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바리스타에 대한 환상이 더욱 더 부풀어 오릅니다. 하지만 바리스타는 늘 사람들과 대화하고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디며 부단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고된 직업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나는 커피에 취했노라'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커피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커피를 살아있는 예술로 만들어내는 바리스타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색다른 커피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바리스타란

앨리스 커피 아카데미와 커피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추재호 바리스타가 빈 디스펜서(커피원두 저장통)에서 원두를 꺼내고 있다.

"한 잔의 진한 커피 속에는 바리스타의 보이는 않는 노력이 가득 녹아 있습니다." 취재 중 만난 한 바리스타의 말이다.

바리스타는 원래 이탈리아 말로 '바(Bar)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 흔히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를 지칭하며 좋은 커피 생두를 골라 적절히 볶고 갈아서 추출해내는 즉 커피 만드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커피기구 등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커피 외에도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는, 한마디로 매장 전체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넓은 업무를 포함한다.

흔히 바리스타 하면 영화나 드라마 속 분위기 멋진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모습만 상상하는데 이는 모든 바리스타들이 손을 내젓게 하는 오해 중 하나다. 손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제공하는 일 외에도 매장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자질구레한 일까지도 모두 바리스타의 몫이다. '단순히 커피가 좋아서'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직업이 바로 바리스타이다.

이렇게 고단한 직업일지라도 커피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바리스타에 도전한다. 도대체 커피의 매력이 뭐기에.

커피와 동고동락해온 고수 바리스타들은 "난 아직도 커피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라고 말하곤 한다. 천 년 넘게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커피는 생두를 어떻게 볶고 갈고 추출하느냐에 따라 수천 가지 맛과 향으로 변신한다. 바리스타의 손 끝에서 무궁무진한 창조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 복잡하고 광대한 커피의 세계에 바리스타들은 매혹당하고 만다.


#부산의 바리스타

커피 전문점 휴고의 장성훈 바리스타와 박명자 사장,

부산에서도 역량있는 바리스타들이 여럿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카데미나 사회교육원 등을 통해 능력있는 신예 바리스타들을 길러내고 있다.

부산 앨리스 커피 아카데미와 인터넷 동호회 '부산커피사랑'을 운영하고 있는 추재호 씨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바리스타. 그는 부모님 때문에 커피에 빠졌다고.

"아버지가 생두 수입업체를 운영했던 터라 어렸을 때부터 커피와 같이 살았어요." 인스턴트 커피에 가려진 커피 본래의 맛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커피에 뛰어들었다는 추 씨는 젊은 시절 잠시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고. 결국 다시 커피로 돌아온 그는 부산 최초로 커피 아카데미를 만들고 젊은 바리스타들과 함께 하고 있다. 추 씨는 "스타벅스 등 체인점 커피는 원두의 이동 시간이 길고 단 맛이 강해 아무래도 커피의 진정한 맛과 향을 느끼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양산대 겸임교수이자 바리스타 교육기관 리에스프레소 부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노병훈 씨는 만나본 바리스타들 중 가장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한 바리스타이다. 원래 맥주를 공부하다 돈이 많이 들어 5년 전에 커피 공부에 나섰다는 그는 바리스타에 대한 화려한 이미지를 경계한다.

노 씨는 "커피에 대한 지식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 정신이 무엇보다 바리스타의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다양한 아카데미에 강사로 나서고 있는 노 씨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바리스타 과정의 제자들이 취업에 성공해 무엇보다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갤러리 카페 디아트를 운영하고 있는 강경호 바리스타,

카페 디아트를 운영하고 있는 바리스타 강경호 씨는 커피를 배우기 위해 커피 고수를 찾아 무작정 전국을 헤맸다고. 4년 전 울산 커피전문점 빈스톡의 박윤혁 씨를 만나 그의 커피사랑에 반해 정착해서 커피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강 씨는 "손님이 원하는 커피를 서비스할 수 있는 바리스타, 손님과 교감할 수 있는 바리스타가 진정한 바리스타"라고 강조한다. 또 손님들에게 자연스럽게 커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야 하기에 사람들과의 친화력도 바리스타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부산 대표 커피전문점인 휴고를 운영하는 박명자 김호영 씨 부부는 가족이 일본에서 커피 사업을 하고 있어 커피와 인연을 맺었다. 부부가 모두 일본에서 커피를 공부하고 돌아왔다. 이들의 커피는 이미 부산에서 손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바로 중간 정도로 원두를 볶아 커피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커피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따뜻한 매개체"라며 "이런 커피를 만드는 일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냐"고 되묻는다. 내년에는 가게 지하 공간을 활용해 아카데미도 열 계획이다.


#바리스타가 되려면

요즘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이 높아 교육기관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학 사회교육원이나 사설 커피 아카데미 등에서 교육을 주로 받을 수 있다.

부산에서도 실력파 바리스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리에스프레소 부산 트레이닝 센터의 노병훈 바리스타.

2년 전 처음 생긴 바리스타 자격시험 제도에도 관심을 가져 볼 만 하다. 이 시험은 1년에 2회 열리며 주최기관이 인증한 바리스타 양성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응시자격이 부여된다. 참고로 민간기관인 한국커피교육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시험으로 국가공인 제도는 아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도 실전을 통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필수.

다음은 부산에 위치한 한국커피교육협의회에서 인증한 커피 바리스타 양성 교육기관.

동아대 사회교육원 (051)240-8452~6, 부산여대 사회교육원 (051)850-3107, 동서대 사회교육원 (051)949-8891~3, 앨리스 커피 아카데미 (051)761-2046, 리에스프레소 부산 트레이닝 센터 (051)514-3309, 오로 커피 아카데미(051) 635-8144


#커피 만드는 과정

커피 생두를 선별해 볶는 과정을 로스팅이라고 한다. 생두를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커피맛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덜 볶으면 신맛이 강해지고 많이 볶으면 볶을수록 신맛 대신 쓴맛이 강해진다.

또 생두를 볶은 후엔 적절히 갈아야 하는데 이 작업을 그라인딩이라고 한다. 거칠게 갈수록 맛이 산뜻하고 가늘게 갈수록 커피가 진해진다. 그라인딩은 커피를 뽑기 직전에 하는 것이 좋다. 커피는 갈자마자 공기와 접촉하면서 좋은 향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 다음 커피를 추출해낸다. 깔대기 모양의 드리퍼에 거름종이나 천을 활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드립식과 고압의 기계로 소량의 진한 커피를 뽑아내는 에스프레소식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두 커피는 핸드드립 방식으로 추출하는 커피를 말한다. 거름종이에 갈아놓은 커피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를 우려내는 방식으로 커피 고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중 커피 메이커는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뽑아내 편리하기는 하지만 손으로 정성들여 뽑아낸 핸드드립 커피의 맛을 흉내낼 수는 없다.

커피의 꽃으로 불리는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기계를 통해 만드는 커피로 20~30초의 빠른 시간 내에 뜨거운 증기 압력으로 추출해낸다.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라테 카푸치노 카라멜 마끼아또 등이 모두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얹어 만든 일명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들이다.

에스프레소의 핵심은 갈색 거품인 크레마. 크레마가 풍부하고 오래 지속되는 에스프레소가 잘 뽑은 커피다. 크레마 위에 우유 거품을 얹어 나뭇잎 하트 등을 그려내는 작업이 바로 라떼 아트이다.


# 바리스타가 뽑아주는 커피 맛볼까

이왕이면 자가 로스팅 즉, 커피 생두를 직접 볶아 신선한 커피를 뽑아주는 전문점을 찾아보자. 부산 서구 동대신동 지하철역 4번 출입구 앞에 위치한 휴고(051-256-0258)는 부산의 커피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커피 전문점이다. 로스팅 전문가인 김호영 사장이 중간 정도로 생두를 볶아 사람들이 두루두루 좋아할 만한 커피를 선사한다. 그 외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앨리스 커피 하우스(051-761-2046), 남천동 KBS 뒤편 커피 이야기(051-622-0721), 서면 인피니(051-818-2258) 베네치아(051-804-3838), 남포동 도피오(051-612-0009) 등이 손에 꼽히는 자가 로스팅 전문점이다.


# 커피 집에서 만들어볼까

☆핸드드립 커피

깔대기 모양의 드리퍼에 거름종이나 천을 깔고 커피를 뽑는 방식이다.

1.원두를 살 때 최대한 갓 볶은 것을 골라라. 보통 로스팅한 지 보름 이내의 커피가 신선하다. 원두는 공기접촉을 막을 수 있는 밀폐용기에 되도록 소량씩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2. 원두는 갈아놓은 것을 사기보다는 마실 만큼의 커피를 그때 그때 그라인더(분쇄기)로 직접 가는 것이 좋다. 커피는 갈아 놓는 순간 향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3. 깔때기 모양의 그릇인 드리퍼에 거름 종이를 끼운다. 그 위에 10g 정도 갈아놓은 커피를 얹고 주전자로 물을 붓는다. 이 때 물을 살짝 뿌려 전체를 촉촉히 뜸을 들인 후 천천히 원을 그리듯 물을 내리면 향이 풍부한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정제된 물을 사용하고 온도는 90~92도를 유지할 것. 커피 추출 시간은 2분 30초 내외가 되도록 짧은 것이 좋다.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는 보통 모카 포트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아낸다. 모카 포트는 상하부 이층으로 구분되는데 사이에 필터가 있다. 아래쪽 포트 부분에 물을 넣고 커피가루를 가운데 필터에 얹는다. 끓는 물이 필터를 통해서 위쪽의 포트에 분출되면서 커피가 추출된다. 모카 포트 가격은 4만~5만 원대부터 10만 원대까지 저렴한 편이다. 이에 비해 가격대는 비싸지만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은 보다 풍부한 거품을 즐기면서 간편하게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는 기구. 반자동과 자동으로 구분되는데 반자동은 필터에 커피를 넣고 두드려 압력을 조절하는 탬핑 과정이 필요하다. 전자동은 커피와 물만 넣으면 기계가 탬핑까지 알아서 해준다. 가격대는 십만 원대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