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석불 중 가장 온화한 미소를 자랑하는 남산 부처골 감실불상(보물 198호). 꼭 여인같다고 해서 선덕여왕을 모델로 한 불상이라는 설도 있다.

- 삼국시대~통일신라 불교미술 관람 코스
- 부처골서 남산리 절터까지 도보답사 가능

- 거대 바위 4면에 불상 새겨진 마애조상군
- 산중턱서 중생 살피는 미륵골마애여래상
- 태평성대 이끈 성덕왕릉 등 문화재 산재

첫째 날이 산행로를 따라 남산의 석불과 석탑을 찾는 여정(지난 19일자 25, 26면 보도)이었다면 둘째 날은 동남산 주변에 흩어진 문화재를 둘러봤다. 부처골 감실불상에서 남산리 절터까지는 도보나 자동차로 답사할 수 있다. 성덕왕릉이나 괘릉은 조금 떨어져 있어 버스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첫날에 이어 동남산 일대의 문화재들도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 소장의 안내로 살펴봤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문화재 만나

이 코스는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전성기까지의 신라 불교미술을 관람할 수 있다.

화랑교육원 인근에 위치한 부처골 감실불상(보물 198호)은 신라 석불 중 가장 온화한 미소를 자랑한다. 우거진 숲속에 조그마한 바위가 솟아 있는데 그 안에 조그마한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바위 앞면에 무지개 모양으로 감실을 파고 그 안에 부처를 새겨 동굴 안에 부처상이 앉아있는 모습이다. 조각의 미숙함으로 미뤄 남산 불상 중 가장 시대가 빠른 7세기 초 작품으로 추정된다. 마치 푸근한 미소를 지닌 여인 같아 선덕여왕을 모델로 했다는 설도 있다. '왕즉불', 왕이 곧 부처라는 사상에 기인한 것으로 왕을 신격화한 당시 사상에 기인했다는 추측이다.

화랑교육원 내에는 2.5m 높이의 경주 남산동 석조감실(지방문화재 6호)이 있다. 어떤 종류의 불상을 모셨는지 알 수 없으나 좌불을 안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감실로,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매력을 발산한다. 동남산 탑골 옥룡암이라는 절 뒤에는 사방에 부처상이 새겨진 높이 10m, 둘레 40m 규모의 거대한 바위가 나온다. 탑골 부처바위 마애조상군(보물 201호)으로 남면에는 삼존불과 독립된 불상, 동면에는 본존과 보살, 하늘에서 내려오는 7구의 비천상, 서면에는 부처상과 비천 2구가 있다. 북면에는 9층탑과 7층탑, 연화대 위에서 설법하는 부처상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신인사 절터로 추정되는 곳으로 신인종 창시자인 명랑스님이 당나라 군사를 몰아내기 위해 만다라적 부처의 세계를 조각해 사찰을 건립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배 뒤에 새겨진 약사여래상

	탑골 부처바위 마애조상군 북면에 위치한 탑과 불상.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보물 136호)은 보리사라는 절에 위치해 있다.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전체 높이는 4.36m, 불상 높이는 2.44m에 이른다. 연꽃 팔각 대좌 위에 앉아 있는 불상의 광배 뒷면에는 모든 질병을 구제한다는 의미의 약사여래상이 가는 선으로 새겨져 있어 그 형식이 독특하다. 남산 석불 중 가장 완전한 형태의 불상이라 평가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해 보리사 마애석불이라고도 불리는 미륵골 마애여래좌상(지방문화재 193호)은 보리사 옆 가파른 산비탈을 5분 정도 타고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경사가 급한 산 허리에 큰 바위가 솟아 있는데 그 벽면에 여래좌상이 새겨져 있다. 이 불상은 사람의 왕래가 드문 산 속에 그야말로 숨겨져 있다. 바위 전체가 약간 앞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여래상이 사바세계를 자비로이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이곳 산 중턱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벌판의 전경이 펼쳐진다. 들판에서 일하는 중생들이 일손을 잠시 놓고, 산 중턱을 올려다보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기에 적당한 위치다. 9세기 말 작품으로 추정된다.

	성덕왕릉을 둘러싸고 있는 십이지신상.

형식이 다른 두 탑이 동서 방향으로 건립된 남산리 삼층석탑(보물 124호)과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염불사지 쌍탑, 통일전 주차장 남쪽에 위치한 거대한 연못으로 신라 초기 재래신앙과 신흥종교인 불교가 충돌했음을 보여주는 전설이 전해지는 서출지(사적 138호), 화랑교육원 인근 정강왕릉(사적 166호)과 헌강왕릉(사적 187호)등도 답사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다. 괘릉(사적 26호)은 서역인 수호상이 인상적인 38대 원성왕릉이다. '걸어놓은 능'이라는 뜻으로 관을 묻을 때 물이 나와 돌기둥을 받치고 그 위에 관을 올려놓았다는 데서 이름붙여졌다.

효소왕의 대를 이어 신라를 가장 태평성대로 이끈 33대 성덕왕의 묘인 성덕왕릉(사적 28호)도 들러야 한다. 에밀레종이라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은 그의 아들 경덕왕이 선친의 업적을 기리고 명복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 경덕왕의 아들인 혜공왕이 완성한 종이다. 효소왕릉(사적 184호)의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성덕왕릉 앞에는 능비에 세웠던 거북 모양의 받침돌인 성덕왕릉 귀부(지방문화재 96호)가 있다. 머리는 훼손돼 없고 거북의 기다란 발톱이 인상적이다.

■교통편

부처골 감실불상부터 보려면 경주 시내에서 통일전을 경유하는 불국사행 버스를 타고 보리사 입구에서 하차한다. 오른쪽 둑길을 따라 900m 정도 올라가면 부처골 입구가 보인다. 중간쯤인 600m 정도 지점은 탑골 부처바위 마애조상군 입구다. 괘릉은 불국사역에서 3㎞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