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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 신도시 내 고층 빌딩에서 바라본 신시가지 전경. 뒤에 보이는 산이 신도시의 기운에 영향을 미치는 장산이다. 이진우 프리랜서 |
- 장산, 파도처럼 높지도 얕지도 않으며
-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수형산'
- 아래는 목형·입방형 건물 바람직
- 고운 여인 춤추는 '옥녀무수형'
- 관광객 몰리고 축제 벌어져 풍수와 부합
해운대(海雲臺)라는 명칭은 신라 말 석학 최치원 선생의 자(字) 해운(海雲)에서 따온 것이다. 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으로 가던 중 해운대에 들렀다가 달맞이 일대의 절경에 심취돼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며 동백섬 암벽에 해운대라는 세 글자를 음각함으로써 이곳의 지명이 되었다고 전해온다.
해운대 신도시는 부산시 최초의 계획도시이다. 1991년부터 조성 사업을 시작해 근 7년에 걸쳐 완료됐다. 구릉지와 논,밭을 시가지로 만들었는데 조성 당시 계획 인구는 12만 명이었다. 신도시 앞쪽으로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으며, 뒤로는 장산을 두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을 중심으로 원형의 시가지 형태를 띠면서 아파트 단지와 상가 지역이 잘 구분된 곳이다.
■장산의 풍수지리
해운대 신도시를 풍수지리로 풀려면 우선 장산부터 설명돼야 한다. 장산은 해발 634m로 금정산에 이어 부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명산이다. 장산 정상은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대교, 마린시티 등 해운대 일대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조망포인트다. 백두대간의 남쪽 마지막 맥을 잇고 있는 부산의 주산인 금정산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바로 장산이다.
풍수에서는 산을 그 형세에 따라 다섯 가지, 즉 오행산형(五行山形, 목·화·토·금·수)으로 나누는데 장산은 수형산(水形山)에 속한다. 수형산은 산세를 일컫는 용세(龍勢)의 흐름이 바닷가의 파도처럼 높지도 얕지도 않으면서 물이 흐르듯 부드럽게 끊어지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생긴 형태를 말한다. 풍수원리 오행(五行)에서 수(水)는 북쪽이며 겨울로서 항상 태양을 따라 움직임을 뜻한다. 이런 곳은 수재와 귀인이 나는 자리이며 재물운도 좋다. 수형산 아래 건물은 고층 아파트와 같은 입방형(立方形)으로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목·화·토·금·수 오행은 서로 순행하며 조화를 이루는데 목형산(木形山) 아래엔 화형(火形·삼각형 형태의 뾰족한 건물), 화형산(火形山) 아래엔 토형(土形·정사각형의 낮고 네모 반듯한 건물)이 좋듯이 장산과 같은 수형산 아래엔 나무와 같은 목형(木形)의 건물이 부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시가지 내 주거형태 역시 대부분 입방형 아파트 건물이어서 풍수원리와 잘 맞는다 하겠다.
■물형론으로 본 신도시
해운대 신시가지를 풍수 방법의 하나인 물형론(物形論·산의 형세를 사람이나 동물 등에 비유하여 그 모습을 구분하는 것)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접근 가능하다. 우선 이곳은 사람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 예쁜 여인이 고운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춤을 추는 형국인 옥녀무수형(玉女舞袖形)이 그것이라 하겠다. 대동소이한 옥녀격고형(玉女擊鼓形·예쁜 여인이 북을 치는 듯한 형국)으로 봐도 무방하다.
장산 정상에 봉긋하게 생긴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옥녀봉이다. 장산의 기(氣)는 이 옥녀봉에 맺혔다가 해운대 신시가지로 흘러내려 온다. 옥녀의 왼손(소맷 자락)에 해당하는 좌청룡(左靑龍)은 달맞이 고개, 오른손인 우백호(右白虎)는 장산 터널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되겠다. 이를 토대로 장산 정상에서 해운대 신시가지를 비롯한 일대를 보면 마치 여인이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인 옥녀무수형이 나온다.
옥녀가 춤을 추자면 음악과 술, 음식이 곁들여져야 보는 이로 하여금 흥이 난다. 이런 이치로 볼 때 해운대 동백섬은 음식을 차려 놓은 상이 된다. 동백섬의 푸른 나무와 아름다운 동백꽃이 옥녀가 춤을 추기 위한 최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또 여름철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피서객들로 물결을 이루고 각종 흥겨운 축제가 벌어지니 음악이 필요한 옥녀무수형의 조건 또한 갖추고 있다 하겠다. 한마디로 자연환경과 풍수 원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보는 장소나 풍수 관점에 따라 해운대 신도시를 봉소포란형(鳳巢抱卵形)으로도 볼 수 있겠다. 봉황이 알을 품는 듯한 형국인데, 봉황의 꼬리는 장산폭포 입구이며 머리 부분은 동백섬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장산역 주위는 장산의 기가 모이는, 봉황이 알을 품는 곳으로 주변 상업지역이 각광을 받는 이유가 되겠다. 물형론(物形論)은 이처럼 관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날 수 있는데, 필자의 견해로 해운대 신도시는 옥녀무수형에 더욱 부합하다고 본다. 이처럼 해운대 신도시는 자연환경이 준, 부산에서 손꼽을 수 있는 명당에 속한다. 풍수 원리를 참고해 조성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계획도시로서 매우 훌륭한 입지라 하겠다. 이곳의 생활 환경과 주민 수준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이유가 있다.
# 장산서 발원해 해운대 흐르는 춘천, 산 기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
- 동쪽은 양기·서쪽 음기 세
해운대 신도시를 풍수지리학으로 들여다 볼 때 주목할 곳이 있다. 장산을 발원지로 해 시가지 중앙을 흐르는 춘천(사진)이다. 일부 구간은 복개가 됐지만 춘천의 물은 시가지를 거쳐 해운대 바다로 빠져 나간다. 이 춘천은 장산의 기운(氣運)이 끊어지지 않게 하고 있다. 지도상으로 볼 때 춘천을 기준으로 동쪽은 양(陽)의 기운(氣運)이 강하고, 서쪽은 음(陰)의 기운이 강하다. 동쪽은 지형이나 주변 환경상으로 서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며, 서쪽은 좀 낮은듯 하면서 차분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도시 전체를 놓고 볼 때 음과 양의 조화가 매우 적절해 앞으로 중요 인물이 많이 배출될 명당으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굳이 좋은 형국에서 구분하자면 동쪽은 양의 기운이 강한만큼 남성이 출세율 등 측면에서 좋겠고, 서쪽은 음의 기운과 조화를 이뤄 여성에게 길한 지역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재물운은 다 같이 좋은 곳이 해운대 신도시의 지세이다. 하지만 아무리 풍수가 좋더라도 개인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혜택은 반감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기범 풍수지리학자·동의대학교 외래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