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가 날아들면, 행운목이 꽃을 피우면, 말 편자를 구하면,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면, 복주머니를 달고 다니면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상징물이 있다고 믿어 왔다. 이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주술적인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다. 상징물을 가까이 한다고 해서 행운이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해진다면 삶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로마시대 철학자 세네카는 '행운이란 준비와 기회를 만났을 때 나타난다'고 했다. 세네카의 말은 노력 없이 행운만을 바라는 몽상가에 대한 일침일 수 있다. 우리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행운의 상징물들과 함께 삶을 좀 더 가꿔보자. 그러다 보면 정말 중요한 순간, 행운이 '떡' 하고 나타날 것이다.


◆愛 - 까치

까치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것은 삼국유사에 기록으로 전해진다. 신라시대 계림 동쪽 아진포. 까치떼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배 한 척이 이곳에 도착했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한 할머니가 배에 올라 큰 궤짝을 열었더니 그 안에 잘 생긴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다. 이 아이가 바로 신라 4대왕인 탈해왕으로 신라 왕실 3성 가운데 석(昔) 씨를 여는 첫 왕이 되었다. 본토박이 신라 사람이 아니었던 탈해왕은 자신의 성 씨를 '까치 작(鵲)' 자에서 '새 조(鳥)'를 떼내 '석(昔)' 씨로 정했다. 이는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까치가 귀한 인물이나 손님의 출현을 알리는 상스러운 동물로 믿어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후 설화 등을 통해 까치는 보은의 동물로 등장하기도 하고, 견우직녀를 위해 오작교를 놓는 사랑의 가교 역할을 맡기도 했다.


◆喜 - 복주머니

전통 한복에는 옷 자체에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호주머니가 없기에 따로 주머니를 만들어 허리에 차거나 손에 들고 다녀야 했다. 주머니에는 수(壽), 복(福), 부(富), 귀(貴), 희(囍) 등의 글자나 십장생, 불로초, 국화무늬 등을 수 놓았다. 주머니는 무언가를 담기 위한 물건이므로 좋은 의미를 상징하는 글 등을 새겨두면 그 속에 복이 담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정월이면 정성들여 만든 복주머니에 곡식을 넣어 선물하곤 했다. 이러한 풍습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정월의 첫 돼지날과 첫 쥐날에 종친과 신하들에게 복주머니를 나누어 준 데서 유래한다. 이는 돼지와 쥐가 십이지(十二支)의 끝과 처음에 해당해 이날 주머니를 차면 한 해 동안 복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갑오년 정월 첫 돼지날은 9일이고, 첫 쥐날은 10일이다.


◆福 - 말편자

10세기 영국 대주교를 지냈던 던스턴(909~988)은 신부가 되기 전 대장장이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사람으로 변장한 악마가 던스턴을 찾아와 자신의 발에 편자를 박아달라고 했다. 던스턴은 그 사람이 악마임을 알아채고 편자를 박으려면 당신을 기둥에 묶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악마는 순순히 기둥에 묶였고 던스턴은 벌겋게 달군 편자를 악마의 발에 대고 거칠게 못질을 시작했다. 고통에 겨운 악마는 자신을 풀어주면 말편자가 있는 집에는 절대로 얼씬 거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던스턴은 그제야 악마를 풀어 주었고 그 후 악마는 편자가 있는 곳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편자가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행운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집안 곳곳에 걸어두거나 차량 또는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好 - 행운목

올해 초 은산해운항공의 양재생 대표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부산 화전산단 사무실에 있는 행운목 두 그루가 올해로 7년째 꽃을 피웠다는 거다. 10여 년을 키워도 꽃을 보기 힘든데 두 그루가 7년 연속 꽃을 피웠다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다. 행운목 꽃은 해질 무렵 피었다가 새벽에 꽃 봉우리를 닫는다. 밤새 퍼져 나오는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는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호르몬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비로운 꽃 향기를 맡고 있으면 심신이 진정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가 따로 없다. 속설에는 행운목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꽃말이 '행운', '행복'인 행운목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열대지방에 자생하는 식물로 영문명이 'Lucky Tree'다. 행운목은 자라난 뿌리가 번식해서 생명력이 뛰어나다.


◆運 - 네잎 클로버

유럽에서는 네잎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다. 이에 대한 유래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 나폴레옹의 일화이다. 전쟁터에서 우연히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나폴레옹이 머리를 숙이는데 그 순간 적군이 쏜 총알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갔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네잎 클로버를 가까이 하면 행운이 온다고 믿게 되었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폴레옹도 반가운 마음에 머리를 숙였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세잎 클로버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네잎 클로버는 귀한 편이다. 세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 이고 네잎 클로바의 꽃말은 '행운'이다. 쉽게 찾지 못할 행운을 쫓느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행복들에 소홀하고 있지는 않을까. 행운에 대한 역설로 행복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