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이 다례실에서 전통 차 체험을 하고 있다. 객차의 천장과 벽면이 기와집의 천장 무늬와 돌담 무늬로 꾸며져 있어 마치 전통 가옥에서 차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 향긋한 차도 마시고
- 전망석에 앉아 풍경도 즐기고

- 운전하는 아빠의 희생 없이도
- 충분히 즐거워

지난해 440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순천만 정원박람회'와 820만 명이 다녀간 2012년 '여수엑스포' 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바로 전라남도다. 요즘 들어 전남의 매력이 한껏 오르고 있지만 아직 부산 경남 등 영남권에서 전라도 여행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장거리 운전 피로도 무시할 수 없다. 운전하는 한 사람의 희생없이 모두 편하게 여행하는 것은 물론, 이동시간조차 즐거운 한때로 바꿔주는 교통수단으로 신개념 관광열차 '남도해양관광열차(일명 S트레인)'가 떠오르고 있다. S트레인은 부산역에서 출발, 경남 하동을 거쳐 전남지역으로 가는 코스로 운행된다. S자는 남쪽(South)과 전라남도의 리아스식 해안의 모습에서 따왔다. 지난해 9월 첫 운행을 시작해 최근 이벤트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S트레인 타보니

	1호차 힐링실에 마련된 전망석에 앉은 승객이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S트레인은 일반 열차와 다르게 열차가 짧고 외부가 특정 무늬로 랩핑(Wrapping)이 돼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주요 디자인 무늬는 전남을 형상화한 거북선, 쪽빛, 동백꽃이며 기관차는 거북선을 테마로 총포와 경첩 문양이 혼합돼 있다. 기관차와 5량의 객차(218석)로 이뤄져 있고 객차마다 각각의 테마를 가진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열차에 발을 올려놓자마자 여행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안그래도 들뜬 기분이 더욱 고조된 느낌이었다.

1호차인 힐링실은 학이 뛰어노는 문양의 천장과 파도 치는 바닥으로 구성돼 있었다. 좌석은 붉은 동백꽃이, 대나무밭에 노리개가 걸려있는 듯한 모습의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특히 힐링실은 이름에 걸맞게 자연산림욕기가 설치돼 있어 편백나무의 피톤치드를 느낄 수 있다. 또 창 밖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전망석(4석)도 보였다.

이날은 방학기간인데다 주말이어서인지 젊은 대학생과 가족단위 여행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두 딸과 함께 이 열차를 탄 김호순(43·부산 동구 초량동) 씨는 "봄방학 기간이라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S트레인을 탔다"면서 "여수에 가서 낙지도 먹고 밤바다도 즐기다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2호실은 일반 승객석과 가족석(4인 1세트)으로 이뤄진 가족실이다. 한 켠에는 수유실도 따로 마련돼 있다. 멀리 남아프리카에서 온 관광객 케네디(52) 씨는 "지난해 S트레인을 타고 여행했던 기억이 너무 좋아 이번에는 약혼자와 함께 단둘이 여수와 순천을 여행하기 위해 탔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같은 연령대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객차 내 팜플렛이나 관광 안내방송이 영어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3호실은 카페실이다. 말그대로 카페 분위기에서 커피와 맥주, 간식을 즐길 수 있다. 티 테이블 및 의자와 함께 창가에 바(Bar)가 갖춰져 있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즐긴다. '기차여행'의 진수를 느끼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이렇다 보니 이곳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승객들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을 정도다. 또 이 객실에는 커플 전용좌석이 8개 놓여있다. 운행시간 중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페이스 페인팅, 풍선 전달 등의 이벤트도 진행된다.

	다례체험을 위해 준비된 다기세트와 다과.

4호실은 다례실로, 다례체험을 위한 22석과 일반객실석 36석으로 구성돼 있다. 다례석은 전통 좌식석과 바닥이 파여있는 개조 좌식석으로 구분된다. 전통 찻상·찻잔뿐 아니라 기와집의 천장 무늬와 돌담 무늬로 객차 천장과 옆면이 꾸며져 있어 마치 전통 가옥에서 차를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S트레인인지 모르고 탔던 승객도 눈에 띄는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자리를 잡게 만든다. 특히 하동군 차문화큐레이터가 항시 대기하며 보성·하동군에서 가져온 총 8종의 전통 다례 체험을 도와준다.

부산역에서 탄 이순옥(43) 씨는 "전남 순천에 있는 친척집에 가기 위해 예매를 했는데 이런 특별한 열차인지 몰랐다"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아이에게 전통차도 경험하게 하고 동반자와 대화도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다례체험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례체험료는 별도이며 1인당 5000원이다.

5호실은 이벤트실이다. 이곳에는 최고급 사양의 노래방기기와 음향기구가 설치됐다. 노래강사를 초청해 열차 내 노래교실을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한다. 또 '나도 가수다 작은 음악회' 같은 탑승객 참가 이벤트도 펼쳐진다.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자전거 거치대(9개) 공간도 있다.

■주변 관광

	5호차인 이벤트실에서 노래강사의 '열차 내 노래교실'이 열리고 있다. 노래교실은 이달부터 수요일마다 열린다.

여행 목적지에서의 관광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역에서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여수엑스포역까지 가는 동안 처음 눈에 띄는 역이 북천역이다. 하동 북천코스모스축제(매년 9월~10월)로 유명하다. 북천역 철로 인근 일대가 커다란 모형 코스모스단지로 꾸며져 있어 사진찍기에 좋다.

하동은 재첩마을, 한옥체험관 숙박, 최참판댁, 화개장터, 쌍계사 등이 주요 관광지다. 순천은 순천만생태공원과 함께 레일바이크 즐기기, 낙안읍성, 전통야생차체험관 등이 있다. 또 여수에서는 수산시장과 향일암 등을 돌아볼 수 있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당일 또는 1박2일 여행상품도 나와 있다. 특히 S트레인 이벤트실 단장을 기념해 이달부터 매주 수요일에는 '노래강사 이경과 함께 하는 신나는 S트레인 수요 기차여행'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열차 내 이벤트를 즐기고 강천산 트레킹, 고추장마을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타는 방법

S트레인은 각각 부산~여수엑스포(거리 250㎞) 구간을 매일 1회씩 왕복한다. 오전 9시19분 부산역을 출발해 구포(09:33)→진영(10:04)→창원중앙(10:16)→마산(10:29)→진주(10:58)→북천(11:27)→하동(11:46)→순천(12:35)→여수엑스포(13:04) 코스로 운행된다. 시간은 편도 4시간 30분 가량이다. 요금(부산~여수엑스포 구간·주말(금~일)/주중)은 어른 2만6900원/2만5900원, 어린이 1만4700원/1만5200원이다. 특히 주중(월~목)에는 30명 이상 단체에 대해 운임료를 30% 할인해 준다. 이번 겨울시즌 내일로티켓 고객은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으나 유효기간 중 2회까지만 가능하다.


글·사진=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사진 일부 코레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