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매화로 유명한 전남 광양 매화마을에서 한 관광객이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국제신문DB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마지막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시조시인 이호우의 '개화'는 봄꽃이 필 무렵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조일 것이다. 겨울을 지낸 꽃은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를 거쳐 드디어 한 잎, 그리고 한 생명을 피워낸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강인한 생명력, 새 기운을 느끼며 다시 1년을 살아갈 힘을 얻고자 하는 게 사람들이 봄꽃을 보러 가려는 이유이다.

남도를 시작으로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지역별로 봄꽃축제도 '만개'하고 있다. 봄꽃 축제 시즌이 시작되는 오는 22일부터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일대에서는 벚꽃 산수유 매화 유채 등 다양한 봄꽃 축제가 마련된다.


◆부산 인근 벚꽃 축제

- 내달 1일 진해서 상춘객 맞이
- 5일엔 '경주벚꽃마라톤' 대회

◆멀리 떠나고 싶다면

- 최남단 제주도선 왕벚꽃 감동
- 구례 섬진강·화개장터 매력적

	진해군항제에서 벚꽃길을 걷는 상춘객들의 모습. 국제신문DB

봄꽃의 대표를 꼽으라면 벚꽃이다. 길게 늘어진 벚꽃길에서 꽃비를 맞으며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은 모두가 가장 꿈꾸는 순간일 것이다. 벚꽃축제의 원조 격인 진해군항제는 다음달 1~10일 진해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충무공의 제를 지내는 것에서 출발한 진해군항제는 1963년부터 충무공의 숭고한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아름다운 벚꽃을 지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봄꽃축제로 승화됐다. 이 시기 진해에는 지역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다.

진해군항제 기간에는 왕벚나무 36만 그루가 활짝 펴 장관을 이룬다. 수령도 길게는 100년에 이른다. 벚꽃은 흔히 일본의 꽃으로 알려졌는데 진해에 널리 식재된 왕벚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56호로 지정된 제주도 한라산 자생종이다. 진해 벚꽃을 관람하기에 좋은 장소는 내수면생태공원, 여좌천, 경화역, 진해탑, 진해루 등이 꼽힌다. 제황산 모노레일을 타고 진해탑 옥상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벚꽃을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군항제 기간에는 평소 출입이 어려운 해군사관학교와 해군 진해기지 사령부가 개방돼 여행객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봄이 가장 빨리 오는 한반도의 최남단 제주도에서도 봄을 맞아 왕벚꽃축제가 다음달 4~6일 제주시종합경기장 일원에서 열린다. 자생지인 제주에서 왕벚나무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벚꽃길 명소로 이름난 경주 보문단지에서는 벚꽃축제가 개최된다. 다음달 5~13일 진행되는 경주벚꽃축제의 대표 행사는 경주벚꽃마라톤대회다. 오는 5일 시작되는 마라톤대회는 5㎞ 코스부터 42.195㎞ 풀코스까지 진행된다.


◆산수유 축제

- 22일 구례 지리산온천 등 열려
- 28일엔 의성 사곡면 일대 개최

◆유채 축제

- 내달 제주 서귀포 일원서 만발
- 전국 최대 창녕 남지읍도 장관

	지난해 봄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에 산수유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국제신문DB

노란 꽃은 보는 즐거움을, 붉은 과실은 건강함을 주는 나무 산수유. 봄을 맞아 산수유 축제도 전국적으로 펼쳐진다. 전남 구례 산수유축제는 22~30일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를 주제로 산동면 지리산온천지구 일대에서 열린다. 의성산수유꽃축제는 경북 의성군 사곡면 산수유꽃피는마을 일원에서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개최된다. 꽃길 걷기대회는 물론 백일장, 동요대회, 작은음악회, 등반대회가 함께 벌어진다.

유채는 노랗게 흐드러져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봄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 봄꽃 중 하나다. 너른 꽃밭에서 유채꽃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창녕 낙동강유채축제는 경남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 유채단지에서 4월 18~22일 열린다. 59만4000㎡(18만 평)의 낙동강 유채단지는 국내 단일 면적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낙동강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제주유채꽃큰잔치는 4월 12~13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원에서 개최된다.


◆매화 축제

- 22일 광양 섬진마을서 팡파르
- 28일엔 해남 땅끝마을서 마련

◆진달래 축제

- 내달 여수 영취산 절경 만끽
- 창녕 화왕산·마산 무학산 유혹

벚꽃보다 조금 일찍 개화하는 봄꽃인 매화. 벚꽃과 비슷한 생김새로 종종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벚꽃보다 더욱 기품있는 매력을 자랑한다. '선비의 꽃' 매화는 봄의 매화, 여름의 난초, 가을의 국화, 겨울의 대나무로 지칭되는 사군자 매난국죽 중 하나로, 절개와 바름을 상징하며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다.

매화로 유명한 전남 광양에서는 오는 22~30일 제17회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광양매화축제는 '봄 매화, 여름 매실로 우리 함께 힐링합시다'를 주제로 섬진마을 일대에서 펼쳐진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도 28~29일 매화축제가 마련된다. 총 46만2000㎡(14만 평) 규모에 1만4000여 그루의 매실수가 식재된 해남군 보해매원이 이 기간 개방된다.

	경남 창녕 화왕산의 진달래 군락지. 국제신문DB

경남 창녕 화왕산, 마산 무학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 중 하나로 알려진 전남 여수 영취산 일대에서는 다음달 4~6일 진달래축제가 펼쳐진다. 영취산 진달래는 여수 10경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여수를 여행하면 꼭 봐야 할 장관이다. 다만 봄에 방문해야 영취산의 진달래를 볼 수 있다. 올해 영취산 진달래의 개화 절정 시기는 4월 1~13일로 예상돼 축제시기에 맞추지 않더라도 이 기간 내 방문하면 산자락에 가득 핀 진달래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흥국사 인근 등산로에서 완만한 길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진달래 군락지가 나온다. 산신제는 영취산진달래축제의 주요 행사로 그 역사가 깊다. 축제기간에는 영취산진달래음악제, 진달래예술단 산상이벤트 등 행사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