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 셰프가 이태리 김치찌개의 맛을 내는 비결로 꼽은 으깬 마늘을 만들고 있다.

- 돼지 목살 넣은 김치찌개지만
- 토마토소스·방울 토마토 사용해
- 짠맛 덜 하고 나트륨 배출까지

- 마늘·양파 잘 볶아 풍미 살리고
- 묵은지보다 적당히 익은 김치로
- 국물 없이 되직하게 끓여야 좋아

- 만들기 쉬워 캠핑용으로도 추천
- 명란 올린 구수한 톳밥과도 궁합

한국에서 가장 흔한 반찬 중 하나는 찌개다. 그중 김치찌개는 김치만 잘 삭았다면 누가 끓여도 대충 다 먹을 만할 정도로 요리하기가 어렵지 않다. 소위 국민 찌개로 사랑받는 김치찌개지만 나트륨 함량이 높아 주의해야 하는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런 김치찌개의 단점을 상쇄하면서 색다른 김치찌개를 부산웨스틴조선호텔 아이리쉬 펍 오킴스의 오경수 셰프가 선보였다.

그가 만들 요리는 이태리 김치찌개. 토마토 소스와 방울 토마토가 들어가서 이렇게 이름붙였다고. 오 셰프는 15년 경력의 셰프이면서 가정에서도 요리를 도맡고 있다고 했다."맞벌이라 체력적으로 훨씬 나은 내가 자연스럽게 주방을 책임지게 됐다"며 "아내도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주고 항상 칭찬받는 요리"라며 했다. 그는 매일 아침 조깅을 1시간씩 하며 서핑에 4년째 빠져있는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사실, 저처럼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집에서 드레싱이 없는 샐러드나 두부, 닭가슴살 등 양념이 거의 없는 음식을 주로 먹는다. 아내도 같이 먹긴 하지만 이런 '동물원 사료 같은 것 말고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고 투정을 부려서 양념이 돼 있어도 건강을 고려한 음식으로 개발했다." 오 셰프의 부연 설명이다.

	완성된 이태리 김치찌개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김치찌개지만 특이하게 시판 토마토 소스와 방울 토마토가 들어간다. 시판 토마토 소스는 이미 여러 가지 향신료로 완성된 상태라 사용하기 간편하다. 큰 토마토 대신 방울 토마토를 쓰는 것은 방울토마토가 훨씬 맛이 진하기 때문이다. 그는 "맛의 포인트는 마늘과 양파를 잘 볶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늘을 도마 위에 놓고 칼을 눕혀 손바닥으로 눌러 으깨준다. 으깬 것은 다시 잘게 다지듯 썰어서 마늘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낸다. 양파도 타지 않으면서 최대한 노릇노릇하게 볶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쓰는 것이 좋다. 주물냄비나 스테인리스 냄비도 최대한 바닥이 두꺼운 것을 찾아서 쓴다.

오 셰프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토마토는 건강 식품"이라며 "익혀 먹을수록 라이코펜 성분이 몸에 흡수가 잘 돼 좋다"고 했다. 라이코펜은 노화와 관련있는 활성산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또 토마토는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는 역할을 해 나트륨이 많은 김치찌개와는 더없는 궁합이기도 하다. 그는 "이태리 김치찌개의 김치는 푹 삭은 묵은지보다는 적당히 발효된 김치가 더 어울린다"고 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김치는 한입 크기로 썰고 돼지고기는 목살로 준비해 물에 가볍게 헹군 뒤 손가락 크기로 썰어 둔다. 양파는 반을 가른 뒤 얇게 썰어두고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떼고 세로로 반씩 썰어 놓는다. 냄비를 중불에 올리고 참기름을 약간만 넣고 으깨서 다진 마늘부터 볶는다. 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마늘의 향이 충분해지면 양파를 넣어 같이 볶는다. 그러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목살을 넣고 함께 볶다가 썰어둔 방울토마토를 넣는다. 이어 토마토 소스와 물을 넣은 뒤 되직한 농도가 될 때까지 뚜껑을 닫고 30분간 끓인다. 오 셰프는 "중불로 찌개가 폭닥폭닥 기포가 터지게 끓여야지 부르르 세게 끓어넘치면 안 된다"며 "물은 취향에 따라 조절하되 되직한 느낌으로 끓여내야 맛있다"고 강조했다.

	명란을 올린 톳밥

그는 캠핑도 무척 즐기는 캠핑족이다. 캠핑용 소품으로 여성들에게 무척 인기가 있는 흰색 법랑 주전자와 컵을 따로 챙겨서 다닐 정도로 예쁜 상차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캠핑장에서 두꺼운 냄비에 오래 푹 끓여내고 옆의 화로에서 바게뜨 빵을 살짝 앞뒤로 구워내 찍어 먹거나 올려 먹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며 이 요리를 캠핑용 메뉴로도 추천했다. 초반에 마늘과 양파만 신경 써서 볶아 주고 나머지 재료는 넣고 푹 끓여주면 돼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요리여서다. 고기나 야채 등은 미리 잘라서 지퍼백에 포장해 가면 요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태리 김치찌개의 맛은 의외로 상큼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돼지고기 목살도 잡내가 없이 부드럽게 씹히고 김치도 살캉살캉하게 부드럽다. 그런데 김치 특유의 향은 없고 그 자리를 토마토의 새콤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채운다. 분명히 김치찌개이긴 한데 짜지 않아서 혼자서도 작은 냄비를 비울 정도로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다. 아이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맵지도 않았다. 곁들이는 요리로는 톳밥을 제안했다. 백미에 찹쌀을 섞고 톳과 함께 밥을 하면 구수하고 씹히는 맛이 있는 재미있는 밥이 된다. 밥 위에 명란을 올려서 먹으면 궁합이 맞다.


# 이태리 김치찌개(3인분)

재료 : 돼지고기 목살 200g 방울토마토 200g 김치 250g 양파 100g 시판 토마토소스 250g 물 100㎖ 참기름 약간 고추 약간

1) 김치는 먹기 좋게 썰고 돼지고기는 손가락 크기로 썰어 둔다.

2)냄비에 참기름을 약간 넣고 으깨서 다진 마늘부터 볶는다.

3)마늘 향이 진해지면 얇게 썬 양파를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4)여기에 돼지 목살을 넣어 볶다가 방울토마토와 김치를 넣고 또 볶는다.

5)시판 토마토 소스와 물을 넣고 뚜껑을 닫은 뒤 30분 간 약한 불에서 끓인다.

6)다 끓인 뒤 마지막에 고추를 어슷 썰어 올려주면 완성이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