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둘째가 이틀 어린이집에 못 갔다. 정부의 맞춤형 보육 도입에 반발해 어린이집이 집단 휴원했기 때문이다. 당직 교사가 있었으니 정 보낼 데가 없었다면 맡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는 특별히 약속이 있지 않은 한 비상 운영되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으신다. 먹는 건 제대로 챙겨주는지, 여러 연령의 아이를 한데 모아놓으면 혹시나 치이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하셨다. 예전에도 어린이집이 이런저런 이유로 휴원할 때마다 맡기는 나는 미안한데 정작 친정엄마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아 하셨다.
그런데 며칠 전 이런 친정엄마가 화를 냈다. 지난주에 이틀 쉰 데 이어 이번 주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줄줄이 휴원을 예고했었기 때문이다. 사실 2주에 걸쳐 5일을 쉬어야 한다니(더군다나 원비까지 이미 지불했는데) 뿔이 안 나는 게 더 이상한 거다.

사실 지금까지 어린이집은 정부에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휴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엄마들은 급하게 아이를 대신 봐줄 사람을 수소문하거나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당직 교사에게 아이를 맡겼다. 나 역시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불편한 마음을 안고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부탁해왔다.

요즘 같은 시대에 파업 자체를 막을 수야 있을까. 노동자가 고용자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파업이니 말이다. 어린이집 원장들을 노동자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어린이집의 요구사항이 정당하다면 개인적으로 하루이틀 휴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휴원했다가 안 되니 며칠 있다 또 문 닫는다 하고, 그 사이에 유치원까지 가세하겠다고 했었으니…. 솔직히 유아 2명 이상 키우는 워킹맘 입장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합세해 '너네 한 번 죽어봐라'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휴원을 하겠다는 이유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음모론'에 대한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유치원이 갑자기(연합회 차원에선 오랫동안 논의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모 입장에선 정말 '느닷없는 날벼락'이다) 휴원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국공립 유치원의 3분의 1 수준인사립 유치원 지원금을 늘려달라는 것이었다. 연합회는 같은 나라에 살면서 공·사립이란 이유로 지원금 차별을 받는 건 옳지 않다며 부모들의 동의를 호소했다.

'그래, 내가 국공립 유치원에 안 보내고 싶어서 안 보내는 게 아니라 자리가 없어서 못 보내는 건데 차별이 부당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닌 게 문제다. 연합회는 지금 당장 차별받는 사립 유아에게 혜택을 더 줄 생각은 하지 않고 또 다시 세금을 공립 설립에만 쏟아부으려 한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사립 기관에 지원을 늘리고, 국공립 증설을 막는 것. 이게 바로 유치원 연합회의 속내였다.

사실 많은 엄마는 국공립 기관에 내 아이를 보내기 위해 밤샘 줄서기 등 번거로운 일을 마다치 않는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육 과정도, 교사 수준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소문 난 기관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즉, 뒤집어보면 모든 유아 교육·보육기관의 수준이 국공립 수준에 맞춰 평준화된다면 줄을 설 필요도, 비교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초등학교 가려고 대기하고 줄 서지 않는 것과 같은 거다.

그러니 다시 뒤집으면 평준화의 시작은 바로 국공립 확충이다. 어린이집만 봐도 10곳 중 9곳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이들에게 같은 수준의 시설과 교사, 교육과정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지 않나.

다행히 29일 큰 애가 다니는 유치원과 둘째 어린이집에서 휴원을 유보하겠다는 안내문을 보내왔다. 아마 비난 여론에 등떠밀린 것이리라. 실제로 휴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과 부모들의 사정은 생각지 않고 자기들 입맛대로 휴업을 하겠다고 한 것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의 희생을 이들이 어떻게 갚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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