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부산 앞바다에서 갈치잡이 손맛을 보게 됐다. 통상적으로 9~10월이 시기인데, 올해는 남해안에 한 달 이상 이른 시기에 갈치어군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아직 통영이나 여수 쪽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몇 일 내에 갈치어군이 부산 앞바다로 올라올 전망이다. 지난 주 부산앞바다에서 갈치낚시 시험조업을 했던 몇몇 어선들과 낚싯배들에 의하면 8월 중순 갈치어군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 낚시꾼이 부산 앞바다에서 밤에 잡은 갈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갈치낚시는 밤에 이뤄진다. 불빛을 좋아하는 갈치는 밤에 집어등을 켜면 배 주변에 몰려든다. 주로 초여름 제주도 먼바다에서부터 시작되는 갈치낚시는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부산 앞바다를 거쳐 동해안 울산 앞바다까지 올라간다. 갈치낚시의 매력은 한낮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밤바다에서 집어등 불빛 아래 은빛 찬란한 몸매를 보며 낚을 수 있다는 거다.

갈치낚시는 어군이 제대로 형성이 되면 누구나 쿨러 조황이 가능하다. 갈치낚시는 전동릴, 갈치낚싯대, 채비 등 전용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전동릴은 필수항목이다. 최근에는 일반 스피닝릴을 사용하는 갈치낚시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내만권의 수심 낮은 곳에서 잔씨알 갈치를 잡는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배들은 기본적으로 전동릴을 사용하고 있다. 갈치어군의 정확한 입질 수심층이 파악되면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고, 한꺼번에 많은 마릿수의 갈치가 물어도 손쉽게 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갈치의 입질이 예민하다고 느낄 때에는 미끼 사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미끼는 주로 꽁치를 사용하는데, 꽁치를 가급적 얇고 길게 썰어 물속에서 조류를 타고 미끼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좀 더 빠른 입질을 유도할 수 있다.

부산 앞바다의 갈치낚시는 통상 12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씨알이 굵어지며, 시즌 막바지인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갈치씨알이 절정에 이른다. 이 때는 어른 키 만한 갈치도 수시로 올라온다. 부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갈치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남해안 먼바다에서부터 북상하면서 점점 몸집이 커져 물살이 거친 부산 앞바다에 도달할 즈음이면 육질이 단단해지고 체지방도 줄어 맛이 더 고소하고 담백해지기 때문이다.

부산 앞바다에 갈치 낚싯배들의 집어등이 대낮처럼 환하게 켜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부산 앞바다의 갈치낚시로 무더위를 날려버리시길 바란다.

박춘식·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