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 너무 써 맥주로 바꿨는데
- 다들 돈벌었나보다 말해…ㅠㅠ
- 저더러 착하다고들 하시는데
- 박보검 씨 비하면 전 아직…ㅎㅎ"

영화 '쎄시봉' '동주' 등을 통해 충무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리매김한 배우 강하늘이 영화 '재심'(15일 개봉)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현우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2000년 약촌오거리 사건을 영화화한 '재심'에서 강하늘은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변호사 준영(정우)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우 역을 맡았다. 오퍼스픽쳐스·CGV아트하우스 제공

'재심'은 증거도 없이 강요된 자백만으로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2000년 약촌오거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강하늘은 변호사 준영 역을 맡은 정우와 함께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억울한 감옥살이로 세상을 등진 채 살던 현우가 준영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모습을 강하늘 특유의 맑은 모습으로 연기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시종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재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오는 16일은 윤동주 서거 72주년이다. 그래서 지난해 개봉했던 '동주'가 특별상영하며 재조명 받고 있다.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님께서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날 영화"라고 하셨는데, 이런 것을 뜻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동주'는 모든 것이 감사한 작품이다.

-'동주' 이후 선택한 작품이 '재심'이다. '쎄시봉' '동주'에 이어 실화를 영화화한 세 번째 작품에 출연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을 연기할 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칫 실화 속에 빠져버리면 과한 연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연기할 때는 실화를 잊고 새로운 창작 영화를 찍듯이 시나리오에 집중한다.

-약촌오거리 사건 주인공을 만났나?

▶촬영 전에 만났는데, 그냥 아이들과 아내를 둔 순박한 아버지였다. 그분을 만나서 약촌오거리 사건이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그분이 지내온 세월과 그 시간을 어떤 감정으로 살아왔는지는 함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혹시 무의식적으로 뱉는 말이 상처를 끄집어낼 수 있고, 또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주제 넘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심'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은 2003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여직원의 실화를 영화화한 '또 하나의 약속'을 연출했다. 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김 감독님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천재 같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면 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간결하게 쓰지만 그 안에는 인물의 깊은 감정을 알 수 있는 통찰력과 예리함이 있다. 촬영할 때도 인물이 지닌 감정을 정확하게 지적해주셨다. 그래서 더욱 믿음을 갖고 연기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어머니 역의 김해숙 씨나 정우 씨가 '차인표를 닮았다'는 말을 한다.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인가?

▶원래 대본에 있었는지는 확실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저는 좋아했던 대사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님이 "차인표처럼 커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 당시 어머니는 미남 하면 차인표 선배님을 떠올렸기 때문인데, 김해숙 선배님이 그 대사를 하실 때 '진짜 우리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숙 씨가 "강하늘이 이상형"이라고 했다. 호흡은 어땠는가?

▶왜 '선생님'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존재 자체로 현장이 안정된 느낌을 받았다. 한참 어린 후배인데 저를 그 인물로 대해주시고, 낯가리는 제가 편할 수 있도록 먼저 다가와 주셨다. 현우가 눈이 멀게 된 어머니를 위해 갯벌에 줄을 달아 길을 만든 후 같이 걸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면서 마음이 아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심'의 현우처럼 타인에 의해 억울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는가?

▶저는 매사 긍정적으로 살려고 한다. 화를 잘 내지 않는데, 상대 입장에 서면 이해가 된다. 굳이 억울한 상황을 떠올린다면 어렸을 때 아버지 지갑에서 3만 원을 훔쳐서 PC방 갔다가 골프채로 맞은 적이 있었다. 그때 3만 원을 훔쳤는데 아버지께서 5만 원이라고 하셔서 억울했다. 또 예전에는 소주 4~5병까지 마셨는데, 요즘 소주보다 맥주나 사케가 좋아진다고 했더니 돈을 벌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런데 소주가 써서 그런 것일 뿐이다. 이건 좀 억울하다.(웃음)

-연예계에서는 겸손하고 착한 배우로 강하늘 씨와 박보검 씨가 항상 같이 언급된다. 부담되지 않는가?

▶박보검 씨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보검 씨는 진짜 착하다.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다. 저와 만나는 사람이 웃었으면 좋겠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예의를 중요시하는데 저는 그 안에서 충분히 즐기고 있다. 그래서 저의 이미지에 부담을 가져본 적이 없고, 연기에 저해된 적도 없었다.

-요즘도 자기 전에 시를 쓰는가?

▶요즘에는 매일 쓰지 못하지만 자기 전에 시나 글을 쓴다. 그날그날 느낀 감정들을 쓰는데, 연기자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일기식으로 썼으나 이후 시를 쓰게 됐다. 침대 머리맡에 항상 노트가 있다.

-예전에 '아름다운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 필모그래피'인가?

▶나이가 들어서 제 출연작을 봤을 때 창피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만드는 것이 꿈이고, 아직은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