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생각하고 썼다는 시나리오
- 대화로 풀어가는 구성방식 독특
- 아름다운 대사에 집중해 연기"

커피와 잘 어울리는 배우 윤진서가 대화로 나누는 로맨스 영화 '커피 메이트'(지난 1일 개봉)로 돌아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아 호평을 받은 '커피 메이트'는 카페에서 만난 두 남녀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 메이트가 된다는 설정이다. 일반적이라면 만남이 거듭되면 자연스럽게 섹스로 이어지겠지만, '커피 메이트'에서 두 사람은 비밀을 공유하며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을 지키기 위해 육체적 관계를 갖지 않는다. 마치 카페 버전 '비포 선라이즈' 같지만 후반부에는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가 전개된다.

윤진서는 의사인 남편의 세계에 편입되지 못한 인영 역을 맡아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 희수(오지호)와 함께 대화로 이어지는 로맨스를 보여준다. "서핑이 너무 좋아 거처까지 제주도로 옮겼다"는 윤진서를 최근에 만나 영화와 그녀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윤진서는 영화 '커피 메이트'에서 카페에서 만난 남자 희수(오지호)와 비밀 대화를 이어가며 사랑을 느끼는 인영 역을 맡았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커피 메이트'를 보고 독특한 소재의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다.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때 대화로 남녀의 관계를 풀어가는 것이 독특했고, 구성 자체가 평범하지 않았다. 식상하고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었던 것은 대사가 아름다웠고, 작은 영화지만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현하 감독님이 저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셔서 용기낼 수 있었다.

-이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지만 마치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같았다.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채식주의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원래 연극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들었다. 연극으로 만든다면 이 긴 대사를 어떻게 외우나 싶다. 인영이라는 인물로 한번 사는 것(연기하는 것)도 힘든데, 인영으로 매일 살면 윤진서는 사라질 것 같다. 인영이 가진 감정이 너무 세서 매일 하기도 어렵고, 공연 끝까지 몰입하기 힘들 것 같다.

-카페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가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못할 이야기를 술자리나 미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늘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저도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이나 대화를 나누다 친해진 사람에게 속내를 이야기하는 경우인데, 그 사람이 제 주변 사람과 연관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이 지켜질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희수 역을 맡은 오지호 씨와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다.

▶지호 오빠와는 교집합이 하나도 없었다. 첫 촬영 때 희수가 인영에게 다가와 처음 말하는 것처럼 "와서 앉아도 될까요"로 시작했다. 그리고 말투나 어감, 목소리를 통해 지호 오빠를 조금씩 알게 됐고, 쉬는 시간에 질문할 것이 생겼다. 영화처럼 알아가는 관계였고, 지금은 아주 친해졌다. 지호 오빠는 매사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다.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즐기는 편이다. 학창시절 친구들이나 영화감독님들, 작가님을 비롯해 일하면서 친해진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요즘은 바다에서 수다를 많이 떤다. 서핑을 하다 보면 파도 뒤편의 잔잔한 곳에서 보드에 앉아 사람들과 2~3시간씩 수다를 떤다. 요즘 제 생활을 보면 바닷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요즘 서핑에 푹 빠져 있다고 들었다.

▶원래 운동하는 것이 습관이라 거의 매일 한다. 운동하면 활기를 찾게 된다. 고민이나 우울한 생각이 들어도 바다에 가서 서핑한다. 파도가 오고, 숨이 차고 그렇게 몇 시간을 하면 그런 것들이 다 사라진다.

	'커피 메이트'는 카페에서 만난 두 남녀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위안을 받는 영화이다. 써니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영은 의사인 남편,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갖는 부부동반 모임을 답답해한다. 상류층에 편입된 자신의 삶이 답답한 것인데, 희수와의 대화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아픔을 참고 귀에 이어 입술을 뚫는 피어싱을 한다.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을 가지려고 했는가?

▶인영이는 상류층에 편입되길 원했고, 그렇게 됐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아 공허함을 느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인 것 같고. 하지만 그 삶을 박차고 나오지 못한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자기 학대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자신의 살을 뚫는 인영이가 그런 상태였을 것 같다.

-인영은 고등학교 때 부유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사는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윤진서 씨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인영의 열등감이 공감된다. 학창시절에는 자기 세계에 빠져 있던 아이였다. 지금보다 우울했고, 애어른 같았다. 운동을 많이 하면서 제가 생각해도 스스로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 에세이를 쓰는 것도 제 이야기를 털어내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저의 솔직함을 그대로 받아들여 준 좋은 독자를 만났고, 그 독자 분들 덕분에 제가 편해졌다.

-지금까지 에세이집 '비브르 사 비', 소설 '파리 빌라'를 발표했다. 다음 책도 준비하고 있는가?

▶발표할 생각은 있는데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장기 여행을 하면서 기행문을 쓰고 싶다.

-대중이 모르는 윤진서 씨의 모습이라면 어떤 것일까?

▶바다가 가까워서 일이 없는 날이면 제주도에 있는데, 서핑하기에 파도가 맞지 않는 날이면 빨래하고, 집안 환기하고. 쓸고 닦고 해야 한다. 음식도 잘하고, 텃밭에서 채소도 키워 먹는다. 또 여행 다니면서 혼자 운전하고, 혼자 찾아가고, 무거운 배낭을 낑낑거리면서 지고 다닌다. 그런 점을 의외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여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인 것 같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