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도해수욕장선 다양한 공연
- 거리예술 활성화에 힘 모아

“공연 내공 3단 이상 예술가들 모이시오!”

극단 세진의 김세진 대표가 예술계에 도발적인 제안을 했다. 장르, 나이, 국적을 불문하고 ‘공연 3단’, 태권도로 따지면 검은띠 정도의 내공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예술인이라면 누구든지 “거리예술대첩”으로 오라는 것이다.

	극단 세진 대표이자 마임이스트 김세진(왼쪽), 성악 앙상블 블랑누아에서 활동하는 소프라노 윤장미. 세진 제공

극단 세진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원도심 거리에서 ‘부산거리예술대첩’을 연다. 부산문화재단이 올해 신설한 ‘거리예술 기획형’ 부문(예산 1억3500만 원)에 선정돼(본지 지난 6일 자 2면 보도) 펼치는, 공공의 자원이 투입된 대규모 거리예술 축제다. 부산이 자랑할 문화 향유의 한 방식으로서 거리예술을 활성화하겠다는 부산문화재단의 의지도 반영됐다.

#영도대전(23일 오후 1시 영도대교)

‘대첩’의 시작은 영도대교다. 1950년 영도대교 모습을 재현하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대동놀이로 미래로 나가려는 의지를 담았다. 배우와 스트릿댄서들이 옛 영도대교 모습을 재현한 ‘움직이는 사진전’과 도개 퍼포먼스를 펼친다. 예술인과 시민이 어우러져 자갈치시장까지 한바탕 논 뒤 영도대교로 돌아와 영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감독 김영조)를 관람하며 영도다리의 사람들을 기억한다.

#광복로정벌(24일 오후 3시 광복로)

부산 번화가 광복로에 ‘아트 퍼포밍 자판기’가 설치된다. 클래식, 어쿠스틱, 마임, 저글링, 버블 아트, 비보잉, 춤, 서커스,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자판기에 들어가 아트 쿠폰을 내민 관객에게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자판기 속 예술인은 각각 ‘정신줄’을 달고 있는데, 관객의 호응에 따라 줄이 끊어지면 정신줄 놓고 광복로 거리를 아예 무대로 만들 수 있다.

#보수서전(30일 오후 1시 보수동)

책과 서점이 하나의 문화 풍경이 되는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살아있는 예술이 펼쳐진다. 한국캘리그라피협회와 함께 글씨를 쓰고, 붙이고, 날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말과 글, 책과 문학이 어우러지게 한다. 예술인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계단과 서점 곳곳에서 책을 읽으며 골목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송도대첩(10월 1일 오후 2시 송도)

	가수 김마스타.

추억의 명물을 되살려 옛 명성을 찾은 송도해수욕장에서 예술인들이 ‘맞짱’을 뜬다. 춤, 연극, 음악 등 여러 장르 예술인이 모두 바닷가로 달려들어 공연을 펼친다. ‘공연 내공 3단’ 이상 고수들이 모여 ‘혈투’가 아니라, 서로 어우러져 거리예술의 매력을 폭발시킨다. 밴드 신촌블루스 엄인호의 노래에 맞춰 참가자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번 ‘부산거리예술대첩’에는 스텝크루컴퍼니, 공연집단 더, 퍼포먼스그룹 경단, 김마스타, 노갈 등 지역 예술인과 판토마임팩토리, 김찬수마임컴퍼니, 극단 상상바람, 오오씨어터, 극단동심 등 전국구 마임이스트들이 참여한다. 이같은 대규모 거리예술 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가 걸어온 행보와 닿아 있다. 김 대표는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대 초부터 홀로 마임 공연을 만들어 전국 축제를 다니며 퍼포먼스를 펼쳐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부산의 거리예술축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기회라는 생각에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그동안 상상했던 것을 현실로 옮길 수 있어 아주 재밌게 준비했다”면서 “예술을 꽃피우려면 예술이 필요한 곳에 갖다 놓는 것도 방법이다. 예술가들이 거리로 나와 의미 있고 재밌는 공연을 하면 호응이 따를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팔짱 끼고 공연 보다가 어느새 ‘우리가 남이가’라며 어울리는 부산 사람 특징만 잘 살리면 거리예술은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상을 현실에서 사람들과 함께 구현하는 것이 거리예술이다. 행정에서 조금만 틈을 열어준다면 더 많은 상상의 예술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051)623-0678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