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역할 맡아 열연한 심은경은
- 중학생때부터 봐와 아주 편안
- 염력 사용할 코미디 같은 연기
- 내가 봐도 우스꽝스럽게 나와
- 영화에 담긴 가족애와 통쾌함
-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7번방의 선물(2012)’ ‘표적(2014)’ ‘명량(2014)’ ‘도리화가(2015)’ 등에서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류승룡이 오랜만에 초능력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염력(개봉 1월 31일)’으로 돌아왔다. 2016년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으로 1156만 관객을 모은 연상호 감독과 애니메이션 ‘서울역(2016, 목소리 출연)’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영화 ‘염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염력을 갖게 된 후 위기에 처한 딸과 재회하게 되는 석헌을 연기한 류승룡. 프레인글로벌 제공

‘염력’은 어느 날 갑자기 강력한 염력을 갖게 된 아버지 석헌(류승룡)과 재개발 사업으로 치킨 가게를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가 철거 용역업체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다룬다. 류승룡은 세상과 타협하며 살다가 염력을 가진 후 헤어져 살던 딸과 만나면서 점차 변화하게 되는 인물 석헌을 연기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만 알다가 딸과 재회한 후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게 되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으며, 철거 용역 깡패들과 맞서는 장면에서는 슬랩스틱 코믹 액션으로 웃음을 준다.

“진짜 염력을 얻게 되면 미세먼지를 날려 버리고 싶다”는 류승룡을 만나 ‘도리화가’ 이후 3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신작 ‘염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난다. 어떻게 지냈는가?

▶영화를 선보이는 것은 오랜만이지만 재작년에는 개봉 예정인 ‘7년의 밤’에 주력했고, 작년에는 ‘염력’을 4월부터 8월까지 촬영했다. 계속 연기를 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염력’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2016년 4월 연상호 감독님과 만났는데, 그때 ‘염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당시 시놉시스만 있을 땐데 “기대된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행’에서 볼 수 있듯 연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엄청난 능력이 있는 분이어서 신뢰가 있었다.

-연 감독과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을 했다. 목소리 연기를 연출할 때와 실사 연기를 연출할 때는 어떻게 달랐나?

▶연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작업은 더빙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더빙할 때 녹음부스에서 직접 목소리 연기 시연을 해준다. 그런데 실사 영화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직접 시연을 한다. 그것이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본격적인 촬영을 하기 전에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코믹한 연기를 할 때는 연 감독님보다 더 잘 해야 하니까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한다.

-석헌이 염력을 사용할 때 몸을 비틀고, 다리를 비트는 등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연기를 한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이런 식의 코미디 연기는 볼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강력한 염력을 갖게 된 아버지 석헌(류승룡)과 치킨가게를 잃게 될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가 철거업체에 맞서 싸우는 영화 ‘염력’. NEW 제공

▶캐릭터상 석헌에게 주어진 코미디는 그렇게 구현할 수밖에 없었다. 촌철살인의 대사는 다른 분들의 몫이었다. 제가 최선을 다해서 진지하게 슬랩스틱 연기를 할수록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나왔다.

-딸로 등장하는 심은경 씨와 이전에 ‘불신지옥(2009)’ ‘퀴즈왕(2010)’을 함께 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은경이는 중학생 때부터 봐와서 아주 편하다. 이번에는 나이를 떠나서 동료배우로서 편하게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부녀를 표현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염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어떻게 연기했나? 컴퓨터 그래픽 장면이 많기 때문에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해야 해서 어색하기도 했을 것 같다.

▶잡다한 물건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팀의 세 분이 촬영장에 상주해 있었다. 전 크로마키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했는데, 최종 영상을 봤을 때 만화를 찢고 나온 것처럼 현실과 판타지가 이질감 없이 잘 스며들었더라. 그런데 염력으로 차가 구겨지거나, 사람들이 나뒹구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와이어를 이용해서 촬영장에서 직접 구현한 영상이다.

-시장 안에서 철거용역 깡패로 나오는 분들이 염력으로 나뒹구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그 장면은 연습을 많이 했다. 그 분들 몸에 와이어를 달았는데, 그 분들보다 많은 숫자의 스태프가 도르래를 이용해 와이어를 당겨야 했다. 와이어가 거미줄처럼 복잡해서 엉키지 않아야 했는데, 우리 스태프들은 역시 프로였다. 한 번에 촬영을 끝냈다.

-‘염력’은 판타지 코미디 장르지만 그 기저에는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시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연 감독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사회성이 드라마 속에 잘 담긴 것 같다.

▶그런 메시지를 판타지와 상업영화로 녹여내는 연 감독님의 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대개 히어로 영화에는 안티 히어로가 대척점으로 등장하는데, 연 감독님의 표현을 빌리면 ‘가진 자들이 권력을 악용했을 때 생기는 부당함’이 우리 영화의 대척점이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정말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가?

▶새 작품을 받을 때면 긴장과 두려움이 생긴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항상 도전인 것 같다.

-관객에게 ‘염력’이 어떤 영화로 다가갔으면 하는가?

▶‘염력’은 전 스태프가 유쾌하고 행복하게 찍었다. 그런 따뜻함과 영화 속에 담긴 가족애와 통쾌함, 유쾌함이 잘 전달된다면 온 가족이 보기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