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 7명이
- 폐원한 정신병원서 겪는 사건
- 부산 영도 폐교 기숙사서 촬영
- 실제 체험하듯이 … 몰입 극대화
- “사실감 높이려 신인 배우 섭외”

‘기담’ ‘무서운 이야기-해와 달’ ‘무서운 이야기2-탈출’ 등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은 정교한 연출과 세련된 영상, 기발한 상상으로 한국 공포영화의 기대주로 꼽힌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공포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제작 방식과 ‘체험 공포’라는 소재로 관심을 받고 있는 또 한 편의 공포영화 ‘곤지암’(개봉 28일)으로 관객을 무서운 공간으로 이끈다.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 쇼박스 제공.

‘곤지암’은 2012년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곤지암 정신병원을 7명의 인터넷 개인방송 ‘호러 타임즈’ 멤버들이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특히 오디션으로 선발된 7명의 신인 배우가 고프로, 캠코더, VR, 드론 등 휴대가 쉽고 움직임에 강한 카메라를 직접 들거나 머리에 매달고 촬영했다. 따라서 관객들은 1인칭 시점으로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곤지암 정신병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곤지암’은 제작사인 하이브 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가 2011년부터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었다. 곤지암 정신병원을 모티브로 해서 페이크다큐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해서 출발했다.

-페이크 다큐 공포영화로 유명한 작품은 ‘블레어 윗치’(1999)다. ‘블레어 윗치’는 배우들이 캠코더로 촬영하는 방식이었는데, ‘곤지암’은 다양한 카메라를 들고 배우들이 촬영을 했다.

▶미국영화와 변별력 있는 방식으로 제작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그래서 일반 극영화 카메라를 배제하고, 배우들에게 촬영을 맡기고, 사운드도 새롭게 사용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관객들이 ‘한국영화도 이런 것을 하네’ 했으면 했다.

-장편 데뷔작인 ‘기담’도 일제강점기 병원이 배경이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병원은 수술실이나 하얀 색 옷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 이미지가 있다. 특히 폐허가 된 병원에는 그것들이 버려져 있고, 세월의 흔적과 다양한 사연이 있다. 그런 이미지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있어서 공포영화에서 다루기 좋은 것 같다.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이 아닌 새로운 건물을 찾아서 촬영했다.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 개인 인터넷방송 ‘호러 타임즈’의 7명 멤버들을 다룬 공포영화 ‘곤지암’. 쇼박스 제공.

▶곤지암 정신병원은 1996년 폐원했고, 건물주와 연락을 해보려 했으나 되지 않아서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했다. 부산영상위원회 사이트에서 한 폐교 사진을 보고 우리 영화와 어울릴 것 같아서 직접 가보고 결정했다. 영도에 있는 한 폐교 기숙사인데,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과 비슷한 구조와 공간을 만들었다. 영화 설정이 밤이었기 때문에 빛을 모두 가렸다.

-그런 공간에서, 그것도 신인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려면 고생이 많았겠다.

▶신인배우들이 연기에 몰입하기도 어려운데 촬영까지 한다는 것이 문제였고, 특히 건물 내부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와이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모니터를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배우들이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촬영도 잘 하고, 연기도 좋아졌다. 만일 기존의 상업영화 관습에 길들여진 배우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했기 때문에 편집하는 것도 힘든 작업이었겠다.

▶일반 상업영화 촬영할 때보다 네 배나 많은 분량이 나왔다. 그래서 편집기사와 제가 14개월간 후반작업을 해야 했다. 긴장감을 주는 지속시간이 중요한 영화여서 프레임을 하나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호흡과 리듬, 템포를 맞췄다. 일반적인 공포영화가 지닌 긴장과 이완의 박자를 흩트리고, 긴장을 놓는 순간 공포를 느끼게 하는 방법을 썼다. 또 1인칭 시점 촬영이 주로 등장하지만 관객들이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중간 CCTV나 캠코더로 촬영한 와이드 앵글 장면을 섞었고, 각 카메라가 지닌 색감이나 질감을 고려해 편집했다.

-오디션으로 위하준, 이승욱, 박성훈, 유제윤, 오아연, 박지현, 문예원 등 7명의 신인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영화에 사실감을 주기 위함인가?

▶맞다. 처음부터 신인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곤지암’은 ‘체험 공포’가 주제인데, 낯익은 기성 배우가 등장하면 그것이 깨질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겪는 공포라 관객들도 더 생생한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병원 내부에서 나는 탁구공 소리나 나지막한 말소리 등 다양한 효과음이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 작고 섬세함 나오는 게 고급스러운 공포라고 생각해서 그런 소리를 더 많이 이용했다.

-공포영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였던 ‘워킹걸’이나 각본을 쓴 ‘미쓰GO’도 재미있었다. 실험적인 형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정서든 구조든 이질감 있는 것을 섞어서 뭔가 이종교배를 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다음에도 뭔가 다른 것과 다른 것을 합쳐진 작품을 하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