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이 돼 알게된 세상
- 서정적인 시구로 풀어내

바람에 눈물 털며/속으로만 우는,//함께 묻힐 산야에서/나를 부르는/들풀의 울음소리//나, 이제 들었다 (‘늦귀’ 전문)

	서상만 시인(왼쪽), 신간 ‘늦귀’

2013년 최계락문학상을 받은 팔순의 서상만 시인이 새 시집 ‘늦귀’를 냈다. 늦게야 들리는 귀라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다 아는 것 같아도 나이 들어 늙기 전까지는 모르는 세상이 있다.

시인은 ‘몸소 늙어서’ 체득한 그런 앎을 서정시로 쓴다. 칠순부터 더 왕성한 시작을 해 ‘노년의 시’를 다양하게 그려낸 그지만, 이번 시집의 시들은 유난히 슬프고 잔잔하다. 추억을 더듬는 데도 흐뭇하기보다 아득하다. 다시 만나볼 수 없는 대상,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절절하다.

아내가 심어두고 간 치자꽃이 올해도 하얗게 만발이다… 속세에 피신하듯 뿌리 내려/저 꽃이 한사코 피고 있는 이유/나는 차마 알지 못하지만, 혹/엄살 같은 하직 인사가 남아서 (‘적막에서’ 중)

‘그래도 나는 모르겠네, 정말 이별은 어떻게 헤어지는 것인지’라고 답답해하는 시인은 여전히 이별이 아파 어찌할 바 모른다. 아내를 잃은 그에게 시는 결코 잃을 수 없는 마지막 연인과 같아 보인다. 시인의 말에서 ‘나는 절필하지 않으려 지금껏 살아있다/가물대는 저, 노란 불빛/神과의 면회도/팔질(八耋)이 가까우니 겨우, 알 듯도 하여서’라며 시를 못 놓아서 세상과 이별하지 못한다는 모순까지 동원해 시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음을, 시가 얼마나 소중한 생명줄인가를 역설한다.

눈 내린 아침은/떠난 누가 꼭 돌아올 것 같다/하얗게 지워진 오솔길을 물어/발자국 폭폭 곱게 찍으며//행여 간밤 꿈길/나 몰래 다녀가지는 않았을까/살포시 덧창을 열어본다(‘詩, 차마 못 버릴 애물’ 중) 잠자는 새 내린 눈을 살며시 밟고 왔다 가듯 시가 나를 깨우지 않고 떠났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노시인의 새벽이 그려진다.

신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