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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위세 떨친 여긴 ‘남도의 한양’이었다오

전남 나주 여행

  • 국제신문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8-12-26 19:06:4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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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나주시를 얘기할 때는 ‘전라도의 중심 나주’ ‘천년고도 목사 고을’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인다. 인구 11만여 명의 ‘작은’ 도시에 이런 거창한 수식어가 붙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라도는 전북 전주의 전(全)과 나주의 나(羅)가 합쳐져서 이뤄진 이름이다. 나주가 전라도의 핵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려 성종 2년(983년)에 처음으로 전국에 십이목(十二牧)을 두었는데, 이때 나주는 지방행정의 중심인 나주목이었다. 나주목은 1895년까지 1000년간 유지됐다. 1000년 동안 지방 주요 도시의 지위를 유지했던 것이다. 이런 ‘관록’의 나주는 요즘 한국전력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입주한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등 과거의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전남 나주시의 금성관 건물이다. 고려·조선시대에 나주목을 찾는 중앙 관리나 외국 사신이 묵던 곳으로 오늘날의 영빈관에 해당한다. 건물의 규모와 위용이 당시 나주목의 위상을 말해주는 듯하다.
- 예부터 작은 서울 ‘소경’으로 불려
- 금성관·문화관·나주향교·서성문 등
- 읍성 주변 고려·조선 흔적 곳곳에
- 명당으로 꼽히는 나주목사 관사는
- 숙박 가능한 체험공간으로 복원해

■읍성 곳곳에 ‘작은 서울’ 흔적

나주목사 내아(금학헌).
나주를 찾아 1000년을 이어 온 목사 고을의 자존심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이번 여행은 금남동 주민센터 앞에서 시작했다. 주민센터 앞 공영주차장에 차를 댄 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곰탕집 간판이었다. 곰탕은 민물장어, 홍어와 함께 나주를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그러고 보니 조금 과장하면 주변에 한 집 건너 곰탕집이었다. 때마침 점심시간도 됐고 해서 두툼한 수육이 넉넉히 들어간 ‘수육 곰탕’을 주문해 먹었다. 본고장 손맛 덕분인지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은 것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다.

본격적인 여행은 옛 나주읍성 안에 자리 잡은 금성관, 나주목문화관, 나주목사 관아(금학헌), 나주향교, 나주읍성 서성문을 차례로 둘러보는 식이다. 멀지 않은 거리여서 걸으면 된다. 나주시는 몇몇 볼거리를 더 추가해 나주목 역사를 둘러보는 길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지만, 굳이 순서대로 걷지 않아도 된다. 읍성 주변 어디를 걷더라도 조선 시대 혹은 고려 시대 길을 걷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옛 흔적이 많다.

금성관은 나주목에 있는 객사다. 고려·조선 시대에 각 고을에 설치했던 관사다. 중앙 정부 관리나 외국 사신이 이 지방을 찾았을 때 묵는 곳이다. 금남동 주민센터 바로 앞의 금성관은 멀리서 봐도 건물의 위용이 느껴진다. 별도의 출입문은 없고 망화루라는 누각을 통과하면 넓은 마당과 당당한 풍채의 본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건물이다. 전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다. 조선 초기 목사 이유인이 건립한 것으로, 1603년에 크게 중수했다. 근대에는 나주인들의 항일정신을 대표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창호·마루 등 내부를 개조해 나주 군청 청사로 사용되면서 원형이 크게 변형됐다. 1963년과 1976년 두 차례에 걸쳐 완전 해체, 복원했다. 금성관 바로 옆에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연못 터가 발견돼 민가를 매입한 뒤 허물고 새롭게 복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주목문화관은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문화관 내부는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지방 행정 단위였던 ‘목’에 관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향나주 목이 되다’ ‘나주목사 부임행차’ ‘나주읍성 둘러보기’ ‘관아 둘러보기’ ‘다시 태어나는 나주’ 등 8개의 주제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320명에 이르는 목사 명패와 목사의 하루 일정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숙 문화해설사는 나주읍성 모형도를 가리켜 “남쪽에 야트막한 만산이 자리 잡고 있고, 영산강의 지류인 나주천이 흐르는 나주읍성은 한양 도성과 많이 닮았다고 해서 작은 서울이라는 뜻의 소경으로 불렸다”며 “옛날에는 거리가 먼 한양까지 못가고 나주를 찾아 서울 구경을 대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명당에서 하룻밤 자면 행운이

살코기 수육이 듬뿍 들어간 수육 곰탕.
나무목사 내아는 10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목사가 한양에서 나주에 내려와 산 집이다. 나주목사 내아는 지리적으로 명당으로 꼽힌다. 마당에는 벼락을 맞아도 수백 년째 목사 내아를 지키고 있는 유명한 팽나무가 있다. 나주시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훼손된 목사 내아를 ‘금학헌’이라는 이름으로 전면 해체, 복원해 숙박이 가능한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재단장했다. 숙박이 가능한 방은 본채 3개와 아래채 2개 등 모두 5개다. 본채 방은 각각 4인 이상이 묵을 수 있는 방과 2, 3인실로 꾸며져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방마다 자고 나면 각각 관운, 사업운, 애정운이 따른다는 소문이 손님들 사이에 나면서, 일부러 찾는 사람이 많다”고 광고했다. 실제 주말에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꽤 오래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나주 향교는 읍성 바깥쪽에 자리 잡고 있다. 유생들이 소리 내 글을 읽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주 향교는 평지에 들어선 전묘후학(앞쪽에 존현공간, 뒤쪽에 강학 공간)의 배치 형태를 지닌 전형적인 조선 시대 향교의 건축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나주 향교는 조선 시대 교육시설의 규모를 따지면 성균관 다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클 뿐 아니라 교육과 제사의 고유 기능을 간직하고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평소에는 아쉽게도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읍성 서쪽의 향교로 통하는 서성문 안 석등의 기둥 돌에는 석등을 세운 내력과 함께 이 석등이 1093년에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지붕 위에는 현재 작고 아담한 덧지붕만이 남아 있으며, 맨 꼭대기의 꽃봉오리 모양의 보주는 원래 부서진 것을 본디 모양대로 새로 만든 것이다. 이 석등은 고려 시대 문화 전성기에 나타난 단아하고 격조 있는 팔각석등의 조형적 특징이 잘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나주 읍성은 고려 시대에 쌓은 것으로 조선 세조 3년(1457년)에 성을 확장했으며 임진왜란 이후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 성문은 동점문 서성문 남고문 북망문 등 4개가 있었으나 소실되었고, 최근에 동점문 서성문 남고문이 복원됐다.

금남동 주민센터 옆에는 정수루라는 누각도 있는데, 옛 고을 원님의 집무 공간인 동헌의 정문이었다. 동헌이 있던 자리는 지금 주차장이다. 정수루 일원에서는 올해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 제야 행사가 나주시 주최로 열린다.


# 고려 왕건 부인 장화왕후의 고향…혁신도시로 거듭나다

■ 나주 이모저모

한국전력 등이 입주한 나주혁신도시.
왕건은 고려를 개국하기 전 후삼국 정립의 시기인 903~914년 나주에 출진해 후백제 견훤과 싸웠다. 어느 날 왕건이 진영 근처 샘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름다운 처녀를 발견한다. 왕건이 물 한 그릇을 달라고 하자 처녀는 바가지에 물을 떠 버들잎을 띄워서 공손히 바쳤다. 급히 물을 마시면 체할까 봐 천천히 마시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처녀가 바로 나주 토착세력인 나주 오씨 집안 오다련의 딸이었다. 왕건은 처녀의 총명함과 미모에 끌려 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이 여인이 곧 장화왕후 오씨 부인이다. 장화왕후에게서 태어난 아들 무(武)가 제2대 왕 혜종이 되었다. 그뒤부터 이 완사천이 있는 마을을 흥룡동(興龍洞)이라 하였는데, 왕을 용에 비유하면서 혜종이 태어난 동네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샘을 빨래샘, 즉 완사천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샘은 천 년 이상 끊임없이 넘쳐 흐르고 있는데 1986년에 새로 정화했다. 지금의 나주시청 바로 앞이다. 임금의 고향이라는 뜻의 ‘어향 나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완사천에서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빛가람대교를 건너면 혁신도시다. 빛가람도시로 이름 붙여진 이곳에는 사무용빌딩과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나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공기업 서열 1위인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등 주요 공기업 본사가 입주해 있다. 빛가람혁신도시에는 중앙호수공원이 조성돼 있다. 중앙호수공원에 위치한 빛가람전망대는 전시동과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시동은 혁신도시전시관과 기획전시실, 북카페 등이 있다. 전망대는 총 5층으로 4층 레스토랑과 5층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체험시설로는 모노레일과 돌미끄럼틀이 있다. 빛가람혁신도시에는 나주로컬푸드판매장도 있다. 나주 농민이 직접 생산하고 진열해,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지역의 우수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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