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기 추모제 12일 일터소극장서
- 생전 무대모습 담긴 영상 보며 기억
- 시상식·양일동 아이씨 밴드 공연도

‘과묵하지만 심성이 곱고 재주가 많아 무슨 일이든지 묵묵하게 해내는 사람’.

	지난해 4월 20일 세상을 떠난 배우 하현관. 열린 예술 공동체

동료들은 지난해 4월 20일 세상을 떠난 배우 하현관을 이렇게 기억한다. 더불어 그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먹먹하다. 말없이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부산 연극·영화계에서 활동해온 하현관의 빈자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그리고 생각하는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동료들이 마련했다.

	함께 활동을 펼쳤던 ‘열린 예술 공동체’ 동료들과 함께한 모습. 국제신문DB

하현관 1주기 추모제가 12일 오후 7시 부산시 동구 범일동 일터소극장에서 열린다. 연극·영화계에 대한 그의 헌신과 예술 정신을 기리는 제1회 ‘하현관 예술인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하현관 예술인상’은 지난해 유족들이 연극·영화계 발전을 위한 기금을 내놓으면서 기획됐다. 이후 고인이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열린 예술 공동체’ 소속 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고인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었다.

범위는 한정돼 있지 않다. ‘하현관 다움’을 지닌 연극·영화계 소속이라면 개인 단체 작품 등 누구라도 상을 받을 수 있다. 기금과 후원금을 바탕으로 마련된 상금도 함께 전달된다. 추모제를 진행하는 배우 진선미는 “기량 태도 성실함 등 배우에게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자 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사람”이라며 “‘하현관 예술인상’은 고인과 같은 예술인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한 상”이라고 설명했다.

지인과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추모제는 1, 2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에서는 배우 하현관의 무대 모습이 담긴 영상 상영으로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2부에서는 ‘하현관 예술인상’을 만든 취지와 함께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후 양일동, 아이씨 밴드가 축하 공연으로 자리를 빛낸다. 주변 사람에게 늘 베풀었던 고인이기에 지역 예술인들은 상패·영상 제작, 장소 대관 등 행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기꺼이 지원하기로 했다.

고인과 막역한 사이였던 구현철 연출자는 “고인이 갑자기 떠나 그리워하는 분이 많다. 애도의 시간과 함께 고인의 예술적 업적을 되돌아보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며 “연극인을 향한 격려이자 위로인 ‘하현관 예술인상’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1966년생인 하현관은 28년간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배우이다. 대학 시절 연극에 심취해 극단 ‘현장’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0년대 초반 ‘열린 예술 공동체’ 활동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연기는 물론 연출, 마임, 무대 설치에도 능해 ‘하가이버’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영화 ‘사생결단’ ‘부적격자’ 등에 출연했으며 2011년에는 부산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영화 ‘미스 진은 예쁘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2015년 대장암이 발병했지만 삶과 연기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던 그는 2년4개월의 투병 끝에 지난해 4월 20일 향년 53세의 나이로 그리운 무대와 동료들 곁을 떠났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