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생활 논란 딛고 색다른 변신
- “끝까지 날 믿어준 박훈정 감독
- 폐 끼치지 않으려 최선 다했다
- 액션 몰입에 체중 확 빠지기도
- 열정 넘쳐 즐기지 못한 건 후회”

힘든 상황을 겪은 사람에게 흔히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는데 2021년 사생활 논란 이후 자신의 첫 영화인 ‘귀공자’(개봉 21일)로 돌아온 배우 김선호에게 딱 맞는 말이다. 로맨스 연기에서 벗어나 피가 가득한 액션 연기에 도전한 그의 연기가 유연하면서도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영화 ‘귀공자’에서 무자비한 킬러이면서도 위트와 여유가 넘치는 극과 극의 상반된 매력을 지닌 귀공자 역을 맡은 김선호. 그는 카체이싱, 와이어, 총기 액션, 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액션까지 대부분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데뷔한 김선호는 드라마 ‘김과장’, ‘유령을 잡아라’, ‘스타트업’ 등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후 ‘갯마을 차차차’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주연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는 듯했다. 그런데 2021년 10월 사생활 논란이 일어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연극 ‘터치 더 보이드’ 무대에 섰으며, ‘귀공자’를 통해 대중과 본격적으로 만난다.

사생활 논란 이후 출연 예정이었던 모든 작품에서 하차한 가운데 유일하게 함께 할 수 있었던 작품이 ‘귀공자’였다. 그만큼 ‘귀공자’는 김선호에게 소중한 작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당시 박훈정 감독님과 제작사 스튜디오앤뉴의 장격익 대표님이 회의를 하고, ‘너만 괜찮으면 우리는 끝까지 할 생각이 있다’고 하시더라. 더 이상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과 송구스러운 마음이 컸다”고 촬영 전 상황을 떠올렸다. 그리고 “촬영하면서는 배우로서 이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촬영 중에는 연기에만 집중했음을 밝혔다.

김선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다뤘다. 김선호는 무자비한 킬러이면서도 위트와 여유가 넘치는 극과 극의 상반된 매력을 지닌 귀공자 역을 맡아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다. 박 감독은 귀공자를 ‘깔끔한 미친놈’이라고 표현했는데, 김선호는 “박 감독님이 레퍼런스로 주신 작품이 ‘시계태엽 오렌지’였다.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는 주인공이 선악 구분 없이 즐기면서 나쁜 짓을 하고, 잔인한 모습을 웃으면서 표현한다”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를 바탕으로 귀공자 캐릭터를 연구했음을 전했다.

귀공자 역을 준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역시 액션이었다. 그는 카체이싱, 와이어, 총기 액션, 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액션까지 대부분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김선호는 “박 감독님만의 리얼한 액션을 원했기 때문에 촬영 전에 무술팀과 오랜 시간을 합을 맞췄다”고 말했다.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사격장에서 별도 연습을 하기도 했다.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인 후반부 액션 장면은 일주일 동안 진행됐는데, 몸무게가 3kg이 빠졌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은 만큼 후회가 남기도 했다. 김선호는 “큰 화면을 통해 제 연기의 단점만 보여서 여러 번 소리 지를 뻔했다”며 “열정이 넘쳐서 완급조절을 못하고 매 장면마다 너무 최선을 다했다. 현장에서 다른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지금 돌이켜보면 촬영 당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무척 아쉬워했다.

‘귀공자’로 컴백을 알리는 김선호는 박 감독과 함께 이미 영화 ‘폭군’의 촬영을 마쳤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선호는 국가기관 소속이지만 비공식적으로 폭군 프로그램을 운용해온 최 국장 역을 맡았다. 그는 “박 감독님과 연이어 작품을 하게 되니 감독님의 생각이나 디렉팅을 빨리 캐치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을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하시면 이제는 대충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며 웃었다.

‘귀공자’를 통해 로맨스 연기뿐만 아니라 액션, 누아르, 코미디까지 모든 장르 연기가 다 되는 배우임을 증명한 김선호. 앞으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의 쓰임새가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