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2000년대 초 생생

며칠전에도 본 부산의 풍경같은데, 사진 속 육교에 걸린 광고문에는 ‘부산시립합창단 13회 합창제’가 뚜렷하다. 옆에 적힌 날짜는 1999년 9월 10~11일.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또 다른 사진에는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영화관 앞 대형 광고 그림이 등장한다. ‘까미유 끌로델’이라는 영화 제목이 1990년임을 암시한다.

일본의 사진가 오나카 코지의 작품. 갤러리 네거티브 제공

추억과 애환을 담은 ‘부산’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부산 중구 갤러리 네거티브와 스페이스S에서는 오는 21일까지 사진전 ‘부산’이 열린다.

‘한일작가 3인의 부산 견문록’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에는 국적을 달리한 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사진가인 김홍희 작가가, 일본에서는 오나카 코지와 고(故) 요시다 코지 작가가 나선다.

김홍희 작가 작품. 갤러리 네거티브 제공

김홍희, 오나카 코지는 1990년대 부산의 일상적인 모습을, 요시다 코지는 ‘달동네’를 주제로 2000년대 초 부산을 담았다. 부산을 무대로 활동하는 김홍희 작가는 일상 속에서 만난 부산을, 일본의 두 작가는 사진기자 등으로 활동하며 카메라에 담아낸 부산의 모습을 꺼내놓는다. 3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모습 그대로의 부산은 추억을,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부산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공간이 두 곳 인만큼 작품 수도 100여 점에 달한다. 오는 20일 오후 4시에는 스페이스 S에서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된다. 김홍희 오나카 코지 작가와 요시다 코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 일본 갤러리측 관계자가 참석해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갤러리 네거티브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부산’을 주제로 한 연합·기획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병하 관장은 “부산을 카메라에 담은 국내외 작가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들의 작품을 ‘부산’기획전을 통해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