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여정·김대우 감독 다시 호흡
- 속물 캐릭터 색다른 모습 변신
- 제가 생각해도 얘는 별로였죠
- 박지현과 꽤 수위 높은 베드신
- 2주 견과류만 먹고 몸 만들어
데뷔 이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배우 송승헌이 10년 전 ‘인간중독’에서 함께 했던 김대우 감독, 조여정과 함께한 영화 ‘히든페이스’(개봉 20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히든페이스’는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바탕으로 한 스릴러와 과감한 베드신이 영화적 재미를 준다. 또한 ‘대장 김창수’(2017년) 이후 7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는 설렘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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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페이스’에서 자취를 감춘 약혼녀 수연을 찾으면서도 그녀의 후배 미주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지휘자 성진 역을 맡은 송승헌. 그는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심리 연기와 박지현과 농도 짙은 베드신을 소화했다. NEW 제공 |
지난 15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승헌은 “개봉 전 일반 시사를 통해 너무나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 매우 좋았다. 요즘 한국영화가 침체라고 하는데 시사회 반응만큼만 봐주시면 좋겠다”며 ‘히든페이스’가 한국영화 흥행의 기세를 살리는 돌파구가 되길 바랐다.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모티브로 한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는 색다른 밀실 스릴러다. 송승헌은 약혼녀 수연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녀를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지휘자 성진 역을 맡아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다. 조여정이 약혼녀 수연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박지현이 미주 역을 맡아 그와 호흡을 맞췄다.
2년 전 밥을 먹자고 해서 김 감독과 만났을 때 처음 ‘히든페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송승헌은 “‘인간중독’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됐더라. ‘인간중독’ 이전의 송승헌은 착하고 바른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했었다. 그런데 ‘인간중독’에서 제가 연기한 김진평은 부하의 와이프를 사랑하는 군인이었다. 불륜이라는 일탈에 도전하는 역할이어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을 넓혀줬다”며 “이후 김 감독님을 너무 신뢰하고, 인간적으로도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김 감독에게 무한 애정을 보였다.
‘히든페이스’에서 송승헌이 연기한 성진 역시 김진평과 마찬가지로 불륜을 저지르지만 성적 욕망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망도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차별점도 있다. 그는 “성진이라는 캐릭터는 제가 안 해본 유형의 인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숨기고 있는 속물 같아 보이기도 하다. 촬영하면서 ‘나는 얘 진짜 별로다’라고 할 만큼 제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의 유형이었다. 하지만 제가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현실에 닿아 있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히든페이스’로 송승헌은 조여정과도 오랜만에 재회했다. 조여정은 영화 초반 자취를 감췄다가 중반부에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힌 채 등장해 성진과 미주의 민낯을 마주하는 약혼녀 수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인간중독’의 사랑 없이 지내는 부부에 이어 ‘히든페이스’에서는 애정 없는 결혼을 앞둔 연인 역으로 만났다. 송승헌은 “조여정 배우는 워낙에 베테랑이기 때문에 항상 상대방을 든든하게 해준다. 좋은 배우라는 소리를 괜히 듣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송승헌과 처음 호흡을 맞춘 박지현은 욕망에 눈이 멀어 성진과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르는 미주 역을 맡았다. 특히 성진과 미주의 욕망을 보여주기 위해 꽤 수위 높은 베드신도 해냈다. 송승헌은 “아무래도 여배우가 더 부담이 됐을 것이다. 평소에 지현이는 조용하고 말도 별로 없었는데 촬영에 들어갔을 때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서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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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녀 수연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 ‘히든페이스’. NEW 제공 |
물론 베드신에 앞서 송승헌 자신도 노출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두 달 시간 두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멋진 몸을 만들라면 정말 자신 있고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김 감독님이 ‘성진이가 지휘자니까 몸이 너무 좋으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대신 ‘슬림하지만 좋아야 한다’고 해서 2주 정도 견과류를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했다”며 “못 먹어서 예민했고, 감독님께 ‘배고프니까 빨리 끝내주세요’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힘든 베드신이었지만 김 감독 연출 덕에 조금은 편하게 촬영했음도 덧붙였다. 그는 “여기서부터는 둘이 알아서 연기하라는 식이 아니었다. 김 감독님은 조감독님과 함께 남자 둘이 아주 구체적으로 ‘여기서 여기까지 이렇게’라고 시범을 보이며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필요한 장면만 촬영했다”고 김 감독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이었고, 김 감독이 직접 하길 바랐기 때문에 지휘자 수업도 받았다. 송승헌은 “석 달 동안 지휘자 레슨과 함께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슈베르트 음악들을 들으며 살았다. 지휘를 해보니 저의 손짓에 오케스트라가 따라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제가 못하면 음악도 안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서 부담을 갖고 지휘 공부를 했다”고 실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전했다.
감춰진 욕망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송승헌 또한 자신의 욕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그는 “개인적인 욕망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욕망이나 욕심을 부릴수록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이 실화를 다뤘는데, 그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승객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고 하더라.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어서 이제부터의 삶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