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가 시행 첫날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일부 청소년은 성인 명의를 도용해 심야에도 게임을 즐기고 해외 게임 서버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게임에 접속하는 방법과 성공담도 줄을 잇고 있다. 인터넷에는 '셧다운제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규제가 시행 첫날부터 무용지물이 되었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당국이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겠다.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자정 이후에도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게임을 즐겼다는 사례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제도가 조기 정착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셧다운제 이행 여부부터 철저히 점검할 일이다. 셧다운제로 인해 국내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외에 심어줄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 수출보다는 게임 중독을 막는 게 급선무다.

셧다운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가정에서 부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게임에 접속하는 자녀를 내버려두면서 게임 중독을 막을 순 없는 일이다. 이미 일부 게임 마니아들은 셧다운제의 허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셧다운제가 청소년에게 편법만 가르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나타난 이런 부작용을 빌미로 셧다운제를 흔들어선 곤란하다. 취지를 살리려면 학교와 가정의 협조가 절실하다.

단순히 '하지 마라'는 식의 규제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 셧다운제를 밀고 나가되 좀 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게임 중독에 관한 철저한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코카인 중독자의 뇌와 게임 중독자의 뇌가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부모나 아이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청소년들이 병리적 증상의 피해자로 내몰려선 안 될 일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시민사회의 동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