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적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미 양식어류 수백만 마리가 폐사했다. 통영에선 그제 하루 동안 179만 마리가 죽어 나갔다니 어민들의 한숨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피해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짐작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경남도가 방제 조치에 들어갔으나 확산일로를 치닫는 적조를 잡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당장 비상대책을 세울 일이다.

이번에 발생한 유독성 적조는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걱정이다. 12일 처음 발생한 지 열흘 만에 경보가 내려졌고 통영 욕지도, 연화도, 오비도 해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일조시간 증가로 적조생물의 밀도도 높아지고 있다. 통영 근해에선 경보 기준치인 ㎖당 1000개체를 훨씬 초과한 최대 7500개체로 나타났다. 경남도에서만 우럭, 고등어, 참돔, 쥐치등 양식어류 244만 마리가 폐사했다. 21개 양식장의 피해액만 2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최근 가장 피해가 컸던 2007년 115억 원에 맞먹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남도가 방제에 들어갔지만 아직은 시원찮다. 어제 선박 200여 척과 장비 23대, 인력 430명을 동원해 황토 1900t을 살포했다지만 거센 확산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적조띠가 먼바다에서 연안으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황토 살포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런 판에 해양수산부의 올해 적조방제 예산이 고작 7억 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이러니 언제 적조가 덮칠지 모르는 어장을 바라보는 어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마다 닥치는 적조라고 안이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수온이 내려가기만 기다릴 일도 아니다. 정부와 경남도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방제작업에 행정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선박과 장비, 인력를 최대한 동원하고 예찰 활동도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 이참에 황토 살포와 같은 대증요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근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쥐꼬리 예산으로 방제 시늉이나 내선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