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뚜렷한 정책목표 없이 보육·육아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크게 늘린 탓에 이들 교육이 수익성 사업으로 변질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육·유아교육 지원에 관한 9가지 사실과 그 정책적 함의' 보고서는 포퓰리즘 복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마디로 돈은 돈대로 쓰지만 교육적 효과에는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보육·유아교육 부문의 정부 재정지원이 몇 년 새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 부문의 재정지원은 2009년 4조8000억 원에서 올해 12조3000억 원으로 4년 만에 2.6배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열악한 복지 수준을 감안하면 재정지원 증가 자체를 시비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 단지 정책목표 설정과 그 합리성을 담보하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 과정이 생략된 채 정치권이 유권자 표심을 사려고 편리한 대로 예산을 늘린 것이 문제라고 해야 적확한 지적이겠다.

실패한 무상보유 정책의 단적인 예로 영아를 둔 여성의 보육시설 이용률(48.7%)이 취업률(33.2%)보다 높은 기현상을 들 수 있다. 보육시설 이용률은 취업률보다 낮게 마련인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유일하게 이 비율이 역전돼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운영실적에 상관없이 이뤄지는 재정지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어린이집 수가 연 평균 2300개씩 늘어나면서 보육 서비스의 질 저하와 부실운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관리감독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이다.

어린이집 권리금이 최대 3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왜곡된 보육·육아교육 현실의 단면이다. 오죽하면 국책연구기관이 정부는 재정지출의 책무를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겠는가. 재정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보육·육아교육이 절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양적 확대보다 명확한 정책 목표에 따라 합리적으로 지원해야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