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역사에 대한 왜곡과 축소, 사실 오류로 거센 비판을 받아온 이른바 우편향 교과서를 검정 취소하는 대신 수정·보완에 그치기로 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려는 꼼수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이 오류 투성이인 교과서의 저자를 초청해 매카시즘적 강의를 여는 등 이번 교과서 파동을 좌우 이념전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교학사의 고교용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에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 표절 의혹으로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역사학계에서 지적한 오류와 왜곡 사례만 298건에 이른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를 무단 인용하기도 했다. 이런 정도라면 검정을 즉각 취소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교육부가 단순 오류를 고치는 수준의 미봉책을 내놓은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최근 여권 일각이 벌이고 있는 공안몰이, 이념 전쟁에 대한 맞장구 치기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이 교학사 교과서의 주저자를 연사로 불러 온갖 매카시즘적 발언을 쏟아내게 했다는 대목이다. 해당 교수는 자신이 쓴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선 한마디 해명도 없이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교과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정치권이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아닌가. 최근 일부 뉴라이트 학자들이 교과서 왜곡에 대한 비판을 좌파의 문화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책동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자제돼야 한다.

교과서 문제는 좌우 이념의 잣대로 잴 일이 아니다.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상식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는가. 극우적 논리를 일방적으로 쏟아낸, 그것도 사실 오류로 뒤범벅이 된 교과서를 내놓고 되레 큰소리를 칠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문제가 된 다른 교과서는 수정·보완케 하더라도 적어도 교학사 본 만큼은 검정을 취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