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우리 모두 책과 펜을 듭시다. 한 명의 학생, 한 명의 교사, 한 권의 책,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어린 교육 전도사. 파키스탄에 사는 16세 소녀 말라라 유사프자이의 명언이다. 여성을 핍박하고 차별하는 악습에 과감히 반기를 든 그녀의 용기는 지구촌에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불과 12살 때 '여성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며 영국 BBC방송에 익명으로 글을 올려 일약 유명인이 됐지만 지난해 탈레반의 무차별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하지만 말라라는 기적적으로 살아나 당당히 테러에 맞서고 있다.

그 용기로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말라라가 노벨상 타기에 정말 훌륭하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쏟아졌지만 그는 담담하기만 했다. "모든 아이가 학교에 가는 날이 최고의 상"이라면서.

소녀영웅은 또 있다. 아라비아반도 남쪽 예멘의 누주드 알리. 세계에서 가장 어린 열 살 이혼녀 기록을 갖고 있다. 이 가난한 나라의 소녀 4명 중 1명이 열다섯 살 이전에 결혼한다. 한창 소꿉장난해야 할 소녀들은 결혼 명령에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한다. 누주드는 그런 사회에 분연히 대항해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아냈고, 수많은 소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줬다.

최근 약혼자와 결혼 전에 통화했다는 이유로 15살짜리 딸을 불태워 죽인 비정의 아버지도 있다. 이른바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죽이는 '명예살인'인데 예멘에서는 흔한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강제로 첫날밤을 보낸 8살짜리 신부가 숨지는 천인공노할 사건도 발생했다.

예멘과 파키스탄은 성차별지수가 세계 최악이다. 올해 발표된 수치에서도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그렇다면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은 어떨까. 선진국 문턱에 이를 만큼 살기도 나아졌고 '신(新)칠거지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여성 지위가 올라갔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세계 136개 국 중 111위로 밑바닥을 한참 기고 있다. 경제 참여와 정치권력 분산 등에서 낮게 평가됐다지만 남녀 평등을 이루려면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