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두 달 남짓 지나면 6·4지방선거가 있다. 광역 및 기초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등 지역의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여러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지도자론을 펼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신이야말로 자기 지역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라는 말들이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각종 지도자론이 난무하면서 과연 이 시대에 맞는 지도자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각종 단체나 모임에 가입해 활동을 하게 된다. 필자 또한 일전에 한 사회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단체를 이끌던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모임이 오래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그 지도자는 회의자리에서 회원들의 말은 듣지 않고 오로지 혼자서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다. 독선적인 그의 모습에 회원들은 등을 돌렸고 예상대로 모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지고 말았다.

바람직한 지도자상으로 저마다 여러 가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나름대로 지도자상을 정리하게 됐다. 지도자를 일컫는 영어 'LEADER'라는 단어 하나하나에 바람직한 상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첫째, L, Listen.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경청을 잘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많이 하는 것 보다 많이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기에 듣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아야 한다.

둘째, E, Explain.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신사고, 신경영, 신개념의 아이디어를 표출시키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지도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확실한 신념을 가지도록 설명할 줄 알아야 되는 것이다. 정확한 설명이 없으면 어떻게 전체를 이끌어 나가겠는가.

셋째, A, Assist. 서로 협조해야 한다. 에너지 창출의 원동력은 바로 협동하고 서로 도와주는 정신에서 비롯된다. 축구의 어시스트는 팀워크의 필수요건이다. 독단적, 독자적이 아니라 서로 힘을 모아 자기 팀을 위해 노력하고 협조하는 정신은 팀워크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다. 그래서 지도자는 남을 배려하고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넷째, D, Discussion. 서로 의견 표출이 있어야 한다. 어느 조직이건 의견충돌이 없을 수 없다. 이런 의견을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상호 의견을 모아 적절한 결론을 도출해가는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다섯째, E, Evaluation.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일을 해 놓고 평가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적절한 논의를 거친 일이라도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바른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잘 된 일에 대해서도 적절한 평가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섯째, R, Responsibility. 책임을 져야 한다. 지도자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도자의 행동이 바르지 않으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소신 있게 조직을 이끌되 반드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있어야 신뢰가 뒤따르는 법이다.

영어 이니셜을 따라 지도자의 덕목을 인위적으로 여섯 가지로 정리해봤지만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덕목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즉 소통과 모범이다. 경청이든 협조든 토론이든 모두 소통의 다른 말이다. 잘 듣고 설명하면 협조가 되고 풍부한 토론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소통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이지만 특히 지도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것이다. 이와 함께 소통이 이처럼 원활하다면 책임감 있고 모범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는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말이야 간단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덕목이라면 그 많은 지도자론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당장 선거 열기로 들끓고 있는 주변을 돌아보기만 해도 그렇다. 유권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듯 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고, 토론을 하자면서 잘 듣지 않고, 협조하자면서 뒷통수 치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정치판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이런 관대함이 오늘날의 정치판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을까.

작게는 주위의 흔한 각종 모임부터 크게는 한 나라의 수장까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달가량 지나면 우리 지역의 각종 지도자를 직접 뽑아야 한다. 과연 어느 후보가 유권자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모범이 되는지 잘 살펴보자. 어느 후보가 유권자를 그럴듯한 말로 현혹하는지도 똑바로 지켜봐야겠다. 올바른 지도자는 유권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향후 4년 또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오성여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