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의 후보 토론에서 제기된 주요쟁점 중 하나는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수니파조직(ISIL)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점이다. ISIL이 2015년 내내 주요사안이 된 것은 이들에 의한 테러행위가 중동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바이러스와 같이 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ISIL에 의한 테러는 대규모 난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이 문제를 두고 관련국가 간 다른 이해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또 유가 하락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경제가 어려울 것을 예고하고 있고, 195개 국가가 12월 합의한 파리기후변화 협정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운데 저탄소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의 새로운 정책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먼저 테러문제는 ISIL 발생이 단순히 종파 간 갈등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무슬림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빈곤, 젊은이 실업과 사회적 영웅 심리와 연계되어 있다. 수니파 주민들의 지원을 받는 ISIL조직을 단기간 소멸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관련국가 간에 공조가 이뤄지면 ISIL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고 국제테러 위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가 간 역학구조를 보면 상황이 쉽지 않다. 시리아 내에 아사드 정부군, 반시리아 정부군, 쿠르드족, ISIL 등이 난립한 가운데 미국은 ISIL 소멸에 초점을 맞추지만 아사드 정부의 퇴출도 동시에 원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반시리아 정부군 격퇴에 초점을 두면서 아사드 정부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터키는 아사드 정부 퇴출과 함께 쿠르드족의 세력 증강을 억제하려는 입장이다. 이처럼 각국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해결이 어렵다.
테러는 난민 발생과 직결되어 있다. 아사드 정권의 탄압 및 ISIL 세력에 의한 점령과 살해 위협을 피하기 위해 1100만여 시리아 난민이 국내 또는 해외로 떠돌고 있으며, 터키로 넘어온 난민만도 22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궁극적 목적지인 유럽을 향해 땅으로, 바다로 넘어가려는 과정에서 적지 않게 목숨을 잃고 있다. 유럽은 한동안 난민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권위주의적 통치와 민주주의 후퇴 등을 이유로 소원시하였던 터키 측에 난민들이 유럽으로 오지 않도록 요청하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사건이 일어나 양국 관계가 급랭하게 되어 터키로서는 나토·유럽의 지원이 절실하였다. 유럽의 고민인 난민문제와 터키의 고민인 러시아 대응이라는 양측의 이해가 합치되면서 유럽은 터키가 난민유입을 억제하는 대신 30억 유로를 지원하고, 터키 국민의 유럽연합 입국 면제를 추진하며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을 가속화하는 등의 합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사태가 계속 불안해 난민 이동이 줄어들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이후 대폭 떨어지기 시작한 유가는 내년에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조치 등으로 석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공급 측면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11년 12월부터 유지해 온 하루 3000만 배럴의 원유 생산한도를 오히려 3150만 배럴로 상향조정하고 이란의 원유생산 증가가 확실시되어 유가는 20달러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하락이 축복으로 다가왔다가 적정한 선을 넘어 추가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유가 기조는 자동차·항공업계의 유류비 절감 효과는 있으나 수출주력인 건설·조선·철강업에 타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른 에너지원인 신재생에너지는 높은 개발비용으로 인해 통상 고유가 시점에 대체에너지로서 개발되어 왔다. 그러나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로 전 세계 재앙 가능성이 심각해 1997년 이후 20여년 만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올해 12월 채택되었다. 어느 나라나 이에 따른 부담이 발생하지만, 저탄소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수용해 화석에너지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높이는 성장전략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올해 심화되어온 테러·난민·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국제정치·경제 상황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국제환경의 불확실한 요인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안은 이 같은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주 터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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