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우리 집 마당의 작은 연못에 잉어 몇 마리가 살고 있다. 점점 덩치가 커지니 연못이 비좁다. 자, 이럴 때 잉어를 제대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명한 방법은 연못을 조금 늘리는 것일 테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따로 연못을 만들든지. 옆집에서 잉어를 옮겨 자기네 집에서 키우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치자. 아마 욕을 바가지로 먹든지, 정신박약아 취급을 받을 게 뻔하다.

신공항을 둘러싼 공방은 어떨까. 가덕 이전은 연못의 확장이지만 밀양 이전은 잉어를 다른 집으로 옮기자는 이야기다. 어느 바보가 그걸 원할까. 상실의 아픔은 설득이 어려울 정도로 크다.

프레이밍 효과라는 게 있다. 선택의 틀인 프레임에 따라 똑같은 사안도 다르게 느낀다는 이야기. 물이 반이나 남았다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와 같은 것이다. 상황은 같은데 부정과 긍정에 따라 판단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득을 나눌 때는 흔쾌히 양보하고 타협한다. 반면 손실을 나눌 때는 완고해져 추가 손실의 위험을 감수한다. 신공항은 얻을 때 이익에 비해 잃을 때 손실이 너무 크다. 부산으로 봐선 신공항 밀양 이전은 그래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신공항은 부산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가덕도에 건설되면 이익이 증대되지만 밀양이면 전부를 잃는다. 대구, 경북이나 경남, 울산으로 봐선 꽃놀이 패다. 가져오면 횡재고 안 돼도 그만이다. 세상에, 한쪽은 전부를 잃을 수 있고 다른 한쪽은 이래도 저래도 얻을 것뿐이라니…. 비탈에 놓인 경쟁의 틀, 논리도 정당성도 없는 룰렛 게임이다.

애초에 정부가 신공항을 남부권의 5개 시·도 문제로 끌고간 것부터가 멧부엉이셈이다. 그런 논리라면 전국의 모든 시·도에 의사를 물어야 한다. 딴엔 정치적 이득을 볼 요량이었겠지만 출제 자체가 엉터리다. 아예 없던 걸 새로 만든다면 타당할 수 있다. 한데, 이미 갖고 있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인데 그걸 다른 데로 옮긴다? 결국 정치적 자충수를 둔 셈이다.

신공항 갈등은 코미디다. 정작 당사자인 경남은 찬반이 갈린다. 한데, 상관도 없는 대구 경북이 콩팔칠팔 난리다. 숫자적 우위를 내세워 남의 동네 공항을 뺏어간다? 이런 억지와 생떼가 있나. 접근성이 어떠니, 경제성이 어떠니, 말짱 말장난이다. 공항을 지키느냐, 뺏기느냐 그게 진실이다. 신공항이 가덕도로 결정되면 모든 문제는 조용히 끝이 난다. 그 반대면 파탄이다.

정부의 무능은 심각하다. 공항 하나 결정하는데 13년이 걸렸다. 신공항은 국책사업인데 5개 시·도에 뜻을 물어 결정한다? 참으로 우유부단하고 물렁한 정부다. 결단력도 없지만 판단력은 더 흐리다. 이명박 정부 때 가덕도, 밀양이 모두 40점 이하의 평점으로 경제성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데, 지금 김해공항은 승객이 급증해 북새통이다.

7년 전 국토연구원은 2020년에 국제선 승객이 566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데, 지난해 이미 600만 명에 육박했다. 경제성 없다는 정부나, 엉터리 예측치를 내놓은 국책기관이나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런 국토연구원이 수행하는 용역 결과라? 과연 믿음성이 있을까. 외국에 공동 용역을 맡긴 것도 한심스럽다. 결과도 정부가 아니라 용역사가 발표한단다. 무책임하고 무소신한 행태다.

영남권 신공항은 또 뭔가. 애초엔 김해공항 가덕 이전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동남권 신공항으로 바꿨다. 한때는 호남을 포함해 남부권 신공항이라 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남쪽이 중심이었다. 한데, 영남권이라면 PK가 아니라 TK의 용어다. PK와 TK는 한 번도 동질성을 가져본 적이 없다. 국토부를 장악한 TK의 음흉함이 그 용어 속에 묻어난다.

만에 하나, 신공항이 밀양으로 결정돼 김해공항을 뺏기면 부산경제는 박살이 난다. 가뜩이나 역대 정부의 오판으로 쇠락하고 있는 부산이다. 350만 대도시를 해체시키지 않고서야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민란'은 좀 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손실의 고통은 이익의 기쁨보다 배로 느껴진다.' 프로스펙트 이론이란 건데 신공항의 경우 맞춤하다. 기준점은 김해공항이다. 가덕도가 아니라 밀양으로 결정돼 가지고 있던 걸 뺏기면 고통은 10배 이상으로 커진다. 준거 의존성 때문이다. 공항을 잃어 손실이 커지면 다른 걸 잃더라도 정부와 싸울 수밖에 없다. 손실이 커지면 민감도가 떨어져 더 큰 손실도 감수하게 돼 있다. 민감도 체감성과 손실 회피성이 그렇게 만든다.

부산이 공항을 빼앗기면 예, 알겠습니다 하겠는가. 아마도 대선, 총선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것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다. 부산사람은 더디다. 변화에 둔감하고 고통을 잘도 참는다. 하나, 한 번 분노가 터지면 그 어떤 것으로 막지를 못한다. 신공항이 가덕도를 벗어나는 순간, 그 거센 파도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